헌법재판소

95헌마148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 등 위헌확인

결정일: 1995년 6월 29일

결정 전문

사 건 95헌마148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 등 위헌확인
청 구 인 1. 지방자치참여 ○○연대
대표자 박○보, 손○만, 김○수

2. 박 ○ 보 외 2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문재인, 정재성, 김외숙, 최성주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 지방자치참여 ○○연대(이하 “○○연대”이라 한다)는 주민운동의 활성화 등을 통해 지방자치의 정착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5. 4. 12. 결성된 단체이며, 나머지 청구인들은 이 단체의 공동대표들이다.
청구인들은 1995. 6. 27. 실시될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회의원선거에 후보를 추천하고 후보간의 정책, 재정 등을 비교하여 지원하고자 한다. 그런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 제255조 제1항 제11호는 각종 단체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 반대 등의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위 법률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1995. 5.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5. 4. 1. 법률 제4947호로 최종개정된 1994. 3. 16. 법률 제4739호 ; 이하 “이법”이라 한다) 제87조 및 제255조 제1항 제11호(이하 이 규정들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 단체는 사단 · 재단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중에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 반대하거나 지지 · 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 10. ㆍㆍㆍ생략
11.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 반대하거나 지지 · 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자
12. - 18.ㆍㆍㆍ생략
② - ③ㆍㆍㆍ생략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개인과 단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가진다. 이러한 자유의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목적과 비례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국민지지도가 매우 취약하며, 각종 여론조사는 정당들에 대한 국민불신도가 높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당만이 후보를 낸다는 것은 진정한 국민주권과 참정권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법은 선거운동기간을 매우 제약해 놓고 있어 입후보자가 누구인지 잘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ㆍ반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한 단체의 그러한 의견표명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며, 설사 그렇다 해도 모든 경우의 의견표명을 금지시키는 것은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이 아니다. 단체의 의견표명에 선거의 공정을 해할 수 있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의견표명의 형식, 방법과 내용을 세분하여 합리적이고 적절한 제한만이 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기본권제한의 목적과 비례성을 모두 벗어난 것으로서 위헌이다.
(2) 바람직한 선거제도의 관건은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거결과에 유권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데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접할 기회와 정보에 차단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과 마찬가지로 단체에 대해서도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의견표명이 가능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어느 국가에서도 시민, 사회단체의 그러한 선거운동을 금지시키는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나. 내무부장관의 의견
각종 단체의 정치활동의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야 할 것이나, 이는 그 나라의 정치발전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각종 단체가 정당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국민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나, 첫째로 이를 허용할 경우 모든 단체가 정치집단화하여 과열ㆍ타락을 불러와 필연적으로 혼탁해질 위험이 있으며, 둘째로 단체소속원의 의사와 반대되는 의견표명, 정책결정으로 단체내부의 갈등을 유발하여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할 소지가 있고, 셋째로 지역민의 의사보다 단체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언론ㆍ출판의 자유 및 선거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는 1995. 5. 25. 선고한 95헌마105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우리 헌법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선언하고(제1조) 국민의 선거권 및 공무담임권(제24조, 제25조)과 표현의 자유(제21조) 등을 보장하면서, 다른 한편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제37조 제2항). 또한 선거공영제가 선거운동의 기본방식임을 천명하면서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제116조).
이러한 헌법규정들에 따르면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여 그 의사를 표현할 기회와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나, 한편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공정성의 보장”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경우 그 규제의 정도에 대하여는 국가의 역사와 정치문화, 선거풍토와 선거문화의 수준, 민주시민의식의 성숙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2) 단체는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내용으로 보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것도 있으므로 국민은 반드시 정당을 통하지 아니하고도 이러한 단체의 결사를 통하여 그 정치적 의사를 결집,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 각종 단체의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면, 첫째로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당법의 입법취지가 몰각되며 정당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채 정당에 준하는 각종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의 난립으로 인하여 우리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올 우려가 있고, 둘째로 각 계층의 사람들이 조직한 각양각색의 무수한 단체들이 그 설립의 목적, 조직의 규모나 형태 및 활동의 내용 등을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 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선거는 필연적으로 과열될 것이고 금권 내지 상호비방 등에 의한 혼탁선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셋째로 단체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를 대표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많게 될 것인 바, 특히 개인적 연고를 토대로 조직된 각종 친족단체, 지역단체, 학연단체 등이 선거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공직선거가 건전한 정책대결이 아니라 정실과 친소관계, 지역감정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넷째로 각종 단체가 그 구성원의 뜻과는 상관없이 간부 몇 사람만의 의견으로 단체의 이름을 빌려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여론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
위와 같은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고려해 보면, 우리의 현 실정하에서는 단체에게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의 순기능, 즉 각종 단체가 선거운동을 통하여 국민의 올바른 여론형성에 기여한다는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지는 극히 의문이고, 오히려 각종 역기능들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법 제87조는 입법목적상의 정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이법 제87조는 단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나 그 권유행위를 명시하지 않고 단지 그 설립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자신의 정치적ㆍ정책적 주장을 개진하거나 그러한 정책에 동조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일반적 논평까지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단체를 구성하는 개개의 구성원은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는 단체의 간접적인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법 제87조는 단체에 대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명시적인 지지나 반대 등의 행위 외에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달리 더 제한한 것은 아니다.
각종 단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그 어느 것은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그 어느 것은 이를 제한하는 문제도 일응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선별기준의 설정은 이론적인 일면의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각종 단체의 설립목적, 성격, 규모 및 그 구성원의 성격 등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비추어 입법기술상 용이한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가사 그러한 기준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선거운동이 허용된 단체”와 “정당”사이에 있어서 선거운동에 관한 규제상의 균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복잡한 문제가 남고 더구나 선별기준에 관한 입법기술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어 편파적인 법집행가능의 소지가 남겨진 경우에는 오히려 선거에 있어서의 공정과 기회균등을 더 해칠 우려가 있다.
한편 일정한 경우 이법은 단체가 후보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접할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그 자신의 정치적ㆍ정책적인 의견개진 등에 있어서 참고로 할 정보수집의 기회를 주고 있기도 하다. 즉, 이법 제81조에 의하면 그 제1항 각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단체는 후보자 및 대담 · 토론자를 초청하여 소속정당의 정강 · 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등을 알아보기 위한 대담 · 토론회를 옥내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이법 제82조에 의하면 텔레비전방송국 · 라디오방송국 · 일반일간신문사 등 언론기관은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 또는 대담 · 토론자를 초청하여 소속정당의 정강 · 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등을 알아보기 위한 대담 ·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도 있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여러가지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이법 제87조가 청구인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다거나 이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또 그 벌칙조항인 이법 제255조 제1항 제11호에도 별다른 위헌요소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나. 이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당재판소의 1995. 5. 25. 선고, 95헌마105 결정의 판시이유인 바, 이제 이 사건에서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의 변경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그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5. 6. 29.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김 진 우 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김 문 희 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황 도 연 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재 판 관 이 재 화 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조 승 형 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정 경 식 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신 창 언 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