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4헌마55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4년 10월 30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피해자가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길 때 손을 아래로 내리고 있었고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텼을 뿐 손도 댄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범행을 부인하는바,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이 멱살을 잡고 적극적으로 밀쳤다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청구인을 피해자가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팔이 밀렸다는 것에 불과하여 이것만으로는 청구인이 폭력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폭력행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수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상해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7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이○규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영호
피청구인대전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4. 6. 11. 대전지방검찰청 2014형제1980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4. 6. 11. 피청구인으로부터 상해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처분(대전지방검찰청 2014형제19807호, 다음부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14. 5. 15. 23:00경 대전 중구 동서대로 ○○ 가장교 도로 위에서 대리운전 손님인 피해자 이○형(54세)과 차주 등 2명을 위해 대리운전을 하다 요금 문제로 피해자 이○형과 시비가 붙어 피해자 이○형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밀쳐 피해자에게 약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견관절 및 상완부 좌상 등을 가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이 사건에 대하여 수사한 후, 피의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초범인 점, 우발적인 범행으로 사안이 가벼운 점, 원만히 합의한 점 등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2014. 6. 11. 청구인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4. 7. 10.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피해자의 멱살을 잡거나 밀친 적이 없고, 피해자에게 손을 댄 사실조차 없다. 피해자가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길 때 청구인은 손을 아래로 내린 상태였고, 끌려가지 않으려고 차를 붙잡고 버텼을 뿐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피해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상해 결과와 초동수사 당시의 정황과도 부합하여 신빙성이 있다. 청구인이 시비를 유발한 측면이 있는 등 소극적 방어행위로서의 정당행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3.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의 상해 결과를 야기할 만한 청구인의 폭력 행사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나. 증거관계
(1) 청구인은 경찰조사 시 ‘피해자 이○형에게 대리운전 요금으로 2만원을 요구하였더니 피해자가 너무 비싸다며 그냥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피해자가 욕설을 하면서 수회에 걸쳐 차를 세우라고 하여 지나던 가장교 다리 위 2차로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피해자가 운전석 쪽으로 와서 차문을 열려고 애를 썼지만 문이 잠긴 상태라 열리지 않았다. 그 동안 청구인은 차 안에서 피해자의 동행인인 차주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차를 갓길로 이동한 후 하차하였다. 청구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피해자가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차 앞쪽으로 끌고 가려 하였지만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손 하나 대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심판청구서에서도 ‘청구인이 차에서 내리자 피해자가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고, 경찰 출동이 늦어지자 피해자가 다시 경찰 신고를 하고 나서 재차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고, 차주는 옆에서 이를 말렸다. 그 때 청구인은 손을 아래로 내린 자세였고, 피해자가 잡아 끌 때는 차량의 후사경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라며 전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피해자 이○형은 경찰조사 당시 ‘청구인이 처음에는 대리운전 요금을 1만 6천원이라고 얘기했는데 운전 중간에 다시 2만원이라고 하여 시비가 붙게 되었다. 청구인이 계속 2만원을 요구하여 화가 나 차를 세우라고 하였더니 가장교 다리 위 1차로에 차를 세웠다. 청구인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얘기했는데도 버티며 내리지 않아 112신고를 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청구인이 차에서 내려 비아냥거리면서 담배를 피웠고 옆에서 차주도 계속 설득하였지만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피해자가 청구인과 서로 상의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팔이 심하게 꺾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수사기관에 제출한 이메일 진술서에서는 ‘청구인이 성질을 부리면서 가장교 다리 위 도로 3차로 중 중앙선 부근 1차로에 차를 세웠고 그로인해 뒤차와 충돌사고가 날 뻔했다.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나 청구인에게 하차를 요구했지만 차 안에서 계속 버텼다. 할 수 없이 청구인을 잡아끌면서 실랑이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팔이 밀리면서 계속 비틀렸다. 그래도 계속 버티고 나오지 않아 112신고를 하였더니 그제야 청구인이 차 밖으로 나오면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검찰 수사관의 권유로 청구인을 만나 합의를 하게 되었는데, 청구인이 명품 옷이 망가졌다고 우기는 바람에 3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서를 작성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피해자 이○형에 대한 상해진단서에 의하면, 피해자가 2014. 5. 19. 정형외과의원을 방문하여 ‘2014. 5. 15.부터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견관절 및 상완부 좌상, 염좌’를 진단받은 사실과 당시 상해의 원인을 ‘타인으로부터 폭행’이라고 병원에 설명한 사실이 확인된다.

(4) 사법경찰관 작성의 상해 피의사건 초동조치보고 및 수사보고에 의하면, 112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청구인과 피해자가 서로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사실과 초동수사 당시 피해자가 청구인과 다투는 과정에서 오른손을 다쳤다며 진술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사실이 확인된다.

(5) 합의서 및 검찰 수사관 작성 수사보고에 의하면, 수사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의 권유에 따라 피해자가 청구인과 만나 “피해자 이○규, 가해자 이○형, 피해자 이○규는 2014년 5월 15일 23시경 가장교 상에서 시비가 있었는바 2014년 6월 3일 쌍방에 합의를 보았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일금 삼십만원에 합의키로 합니다. 2014년 6월 3일”이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된다.

(6)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서에 첨부하여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이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청구인은 멱살을 잡고 밀치지 않았고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왜 수사기관에 사실과 다르게 진술을 했느냐며 계속 항의하는데 대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밀쳤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사실이 확인된다.

다. 판단
피해자 진술, 상해진단서, 상해 피의사건 초동조치보고 및 수사보고 등의 증거와 사건 당시 정황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청구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오른팔 부위에 상해를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이며, 청구인도 이 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구인의 주장처럼 청구인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기만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청구인의 멱살을 붙잡고 억지로 끌어당기려다 스스로 다친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의 주장처럼 서로 상의를 잡고 밀고 당기는 상호 가해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이 피해자의 멱살이나 옷을 붙잡고 팔을 밀쳤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의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피해자의 팔이 꺾였다’거나 ‘피해자가 버티려는 청구인을 잡아끌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피해자의 팔이 밀리면서 비틀렸다’는 것에 불과하고, 청구인이 제출한 녹취록 대화 내용상으로도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밀쳤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거듭 답변한 사실이 확인되며, 청구인이 피해자와 작성한 합의서에서도 청구인을 단순히 ‘피해자’로만 표시하고 이 사건에서의 피해자 이○형을 ‘가해자’로 표시하면서 이 사건에서의 피해자 이○형이 청구인에게 30만원의 합의금까지 건네기로 한 점 등에 비춰보면 과연 청구인의 가해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더구나, 피해자는 경찰 수사 당시에는 ‘청구인이 하차한 상태에서 서로 상의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쳤다’고 진술하였지만,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수사기관에 제출한 이메일 진술서에서는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운 청구인이 차에서 내리려고 하지 않아 차에서 끌어내리려다가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폭행 장소, 상황, 동기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등 현재까지 수사결과로는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는 청구인의 물리력 행사가 인정될 경우,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 놓은 위험한 상황에서 청구인이 하차를 거부함으로써 야기한 물리적 충돌 상황인지 아니면 이미 갓길에 차를 옮겨 주차하여 사고의 위험이 제거된 뒤 피해자의 감정 폭발로 발생한 상황인지에 따라 청구인의 물리력 행사가 소극적 저항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폭력행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청구인, 피해자, 피해자의 동료인 차주 등을 상대로 ‘피해자의 오른팔이 밀려서 꺾이고 비틀렸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이며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어떤 행위에 의해 야기된 것인지, 피해자가 청구인의 옷을 잡고 끌어당기려고 하는 상황에서 청구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로써 대항하였는지, 물리적 충돌상황이 도로 한복판에 세워진 차 안의 청구인을 끌어내려다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갓길로 옮겨 주차된 뒤 발생한 것인지 등 사건의 구체적 경위에 대하여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경찰에서 피해자와 청구인이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해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만 집착하여 구체적인 물리력 행사 방법이나 피해자가 상해를 입게 된 원인 행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로부터 이 사건기록을 송치 받은 후 별다른 추가 수사 없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와 같이 청구인의 폭력행사 여부를 판단하는 데 기초가 되는 기본적 사실관계를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피청구인이 바로 상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

4. 결론
따라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