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4헌마57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2월 26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퇴근 무렵 고소인 회사로부터 보복성 징계절차를 위한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통보받고 자신이 보관 중이던 상당 분량의 서류들을 비롯한 개인 사물을 급히 챙겨가지고 나왔는데, 그 가운데 별다른 경제적 가치가 없는 이 사건 서류 55매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사건 서류가 위 서류들에 휩쓸려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절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청구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 제329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최○배
대리인 법무법인 시민
담당변호사 이영직 외 1인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4. 6. 30. 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814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4. 6. 30.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8148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3. 12. 6. 19:00경 ○○ 주식회사(이하 ‘고소인 회사’라 한다)로부터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을 통보받고 ‘2013 ○○’ 등이 출력된 고소인 회사 서류 55매(이하 ‘이 사건 서류’라 한다)를 가져가 절취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위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가 초범이고, 본건은 피의자가 고소인 회사의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 신청을 하여 고소인 회사와 다투던 중 사건 당일 퇴근 무렵에 이 사건 대기발령을 받자 급한 마음에 피의자의 책상과 서랍에 있던 위 구제신청 관련 서류와 함께 사무실 밖으로 반출할 수 없는 고소인 회사 관련 서류도 가져가게 된 사안으로서, 피의자가 외부로 유출하기 위하여 고소인 회사 서류를 가져간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는 점, 피의자가 가져간 서류는 압수되거나 고소인 회사에 반환된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2014. 7. 2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퇴근 무렵 이 사건 대기발령을 통보받고 급하게 개인서류 등 짐을 챙기던 중 문제된 고소인 회사 서류들까지 함께 가져오게 된 것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가 없거나 적어도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청구인이 보낸 ‘싹다 일단 가지고 가려 한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내용 및 청구인이 이 사건 대기발령을 통보받은 후에도 개인서류 등 자신의 사물을 정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점, 절취 서류 중 일부는 외부 반출이 금지된 보안서류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 의사가 충분히 인정된다.

3.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가져간 회사서류에 대하여 절도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심판기록 및 수사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05. 4. 21. 고소인 회사에 입사하여 2009. 1. 1.부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고소인 회사의 중앙연구소 내 ○○부서 소속 대리로 근무하던 중, 2013. 7. 19.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을 수차례 준수하지 아니하는 등 근무태만을 이유로 고소인 회사로부터 정직 1주일의 징계의결 통보를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어 같은 해 9. 10.부터 9. 16.까지 정직처분을 통보받았다.

(2) 청구인은 2013. 10. 15. 위 정직처분이 같은 회사 과장 박○정이 직장상사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였음을 이유로 이들 및 고소인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36064)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된 진술서를 박○정에게 작성해주는 등 그를 도와준 것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여 같은 해 12. 4. 위 정직처분이 부당한 징계처분임을 인정하는 판정을 받았다(경기2013부해1474). 고소인 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2014. 3. 7. 기각되었다(중앙2013부해1170).

(3) 한편, 청구인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 직후인 2013. 12. 6.(금요일) 16:40경 고소인 회사로부터 “2013. 12. 9.부터 그 사유 해소 시까지 ○○연구소 1층 ○○ 사무실에서 근무할 것을 명하는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대기발령을 통보받았는데, 그 사유는 ‘청구인이 위 경기2013부해1474호 구제신청사건에서 불법 또는 사규 위반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자료들을 권한 있는 자의 승인 없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하여 징계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4) 청구인은 곧바로 박○정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이 사건 대기발령 통보 사실을 알리면서 짐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저 자리도 혹시 막 뒤질 것 같아서……지금 싹 다 일단 가지고 가려구요”라는 내용의 대화를 하기도 하였다.

(5) 청구인은 그 무렵부터 급히 상당 시간에 걸쳐 출력한 컴퓨터에 보관 중인 개인문서들 및 책상 위와 서랍 등에 있던 위 구제신청 관련 서류를 비롯한 자신의 짐들을 챙긴 후 2013. 12. 6. 19:00경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박○정과 동승하여 나오던 중 중앙연구소 정문에 이르러, 청구인이 평소와 달리 많은 양의 문서를 출력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부서장 ○○ 상무로부터 같은 날 18:30경 청구인에 대한 보안검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인사과 및 경비과 직원들로부터 차량 검색 요구를 받고 이에 응하였다.

(6) 청구인은 위 직원들이 차량 내에 있던 서류들을 회사 소유라며 가져가려고 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퇴근을 못하게 한다. 감금을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112신고를 하였다. 청구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용인 ○○파출소로 가 그곳에서 경찰관의 입회하에 서류들을 서로 확인한 다음, 그 중 카드명세서 등 청구인 개인서류임이 명백한 서류는 청구인이, 회사서류로 상호 인정한 55매의 이 사건 서류는 ○○과 김○수 팀장이 각각 가져갔고, 서로 간에 의견대립이 있는 328매는 위 파출소에 보관하였다.

(7) 고소인 회사와 중앙연구소 ○○담당부장 손○갑은 2013. 12. 11. 청구인이 위 구제신청사건에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고 모욕적인 표현이 기재된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심판회의에서도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고, 절취 또는 비밀침해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한 이메일 등의 자료들을 증거자료로 제출하였으며, 또한 이 사건 서류를 절취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인을 명예훼손 또는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만 한다)위반(정보통신망침해), 절도 혐의로 고소하였다.

(8) 피청구인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2014. 6. 30. 청구인을 1회 조사한 다음, 곧바로 같은 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과 아울러 위 구제신청사건 관련 명예훼손 및 모욕, 절도 및 정보통신망법위반(정보통신망침해) 혐의에 대하여는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다. 판단
(1)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바,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도3057 판결; 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65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을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당시 급하게 자신의 서류들을 챙겨가던 중 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사건 서류가 그에 휩쓸려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에게 고소인 회사를 배제하고 이 사건 서류를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당시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청구인은 고소인 회사가 자신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문제 삼아 또다시 보복성 징계절차를 개시하자, 주말 동안 고소인 회사 측에서 자신의 책상에 있는 서류들을 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일단 구제신청 관련 서류 등 고소인 회사가 문제 삼을 여지가 있는 서류들을 챙겨가지고 나오기로 마음먹었는데, 퇴근시간이 임박한 시점에서야 이 사건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탓에 자신이 보관 중이던 서류들을 차분히 분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② 이에 따라 청구인은 책상 위와 서랍 등에 보관 중이던 이 사건 서류를 포함한 상당 분량의 서류들을 다른 개인 사물과 함께 여러 개의 종이쇼핑백에 넣어 가지고 나왔는데, 문제가 된 이 사건 서류는 그 중 55매에 불과한데다, 그 존재가 발각되지 않도록 숨기거나 따로 취급한 흔적은 전혀 없다. 또한 청구인이 이 사건 대기발령 통보 후 새로이 출력한 문서는 이 사건 서류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③ 정문에서 차량검색을 받을 당시 청구인이 먼저 112신고를 한 사정도 청구인에게 절취의 인식이나 의사가 없었음을 나타내준다.

④ 이 사건 서류는 그 내용이나 작성 시기, 배포 대상 등에 비추어 볼 때 고소인 회사에 대하여 별다른 경제적 가치나 회사기밀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청구인에 대하여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⑤ 피청구인도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청구인이 급한 마음에 위 구제신청 관련 서류와 함께 이 사건 서류도 가져가게 된 것이고, 또한 청구인이 외부로 유출하기 위하여 이 사건 서류를 가져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라. 소결
위와 같이 기록상 나와 있는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이 사건 서류에 대한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르렀는바, 이는 중대한 사실오인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에 터잡아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