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3헌마485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2월 26일

결정요지

청구인이 관리사무실의 열쇠를 교체하라고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관리과장의 진술은 통신내역과 일치하지 않고, 청구인이 관리사무실에 출입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만으로는 청구인이 열쇠 교체행위에 직접 가담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청구인이 관리소장의 교체에 대해 주민들과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인이 관리사무실 폐쇄를 통한 업무방해까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외에 청구인이 어떤 방식으로 주민들과 업무방해를 공모하고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는지에 대해 수사가 미진하고 증거도 부족하므로 청구인에게 기능적 행위지배에 의한 공동정범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30조, 제314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최○욱
국선대리인 변호사 안원모
피청구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3. 5. 30. 의정부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983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3. 5. 30. 피청구인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의정부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983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피의자 이○자와 공동하여, 2012. 9. 25. 22:00경부터 2012. 10. 3.까지 남양주시 ○○읍 ○○리 ○○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피해자 정○주가 주민의 동의 없이 아파트 옥상 방수공사를 하려 한다는 이유로, 청구인은 열쇠업자에게 전화를 하여 열쇠를 교환하게 하고, 피의자 이○자는 그 대금을 지급하고 열쇠를 보관하여 피해자가 사무실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업무를 방해하였다.”
피청구인은 위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초범이고 아파트 관리소장이 아파트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업무를 처리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범행에 이르게 된 점,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한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3. 7.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사건 당시 열쇠업자에게 전화한 사실도 없고 주민들의 관리사무실 점거에 가담한 바가 없으며, 청구인이 열쇠를 교체하도록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관리과장 남○우의 진술도 통신내역조회 결과에 비추어 믿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충분한 증거 없이 피의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고소인 정○주는 위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와 위ㆍ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 ○○ 주식회사에서 임명한 관리소장이고, 청구인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동대표의 자격이 있던 사람이다.

(2) 2012. 9. 25. 21:00경 아파트 관리소장의 방수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열린 입주자대표회의가 끝난 후 같은 날 22:00경 위 선정에 반대하는 입주민들 수십 명이 관리사무소로 몰려갔고, 같은 날 23:20경 열쇠업자가 관리사무실에 찾아와 열쇠를 교체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청구인을 포함한 주민들 일부가 관리사무실에 수 회 출입하였다.

(3) 공동피의자인 이○자를 비롯하여 몇몇 입주민들이 밤새 관리사무실을 지켰고, 2012. 10. 3.까지 경리직원 외에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은 주민들의 반대로 관리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하다가, 2012. 10. 4. 관련서류의 열람을 조건으로 주민들이 다시 문을 열어준 사실이 있다.

(4) 2012. 12. 31. ○○ 주식회사와 이 사건 아파트의 위ㆍ수탁 관리계약은 종료되었고, 고소인은 2013. 5. 29. 고소를 취소하였다.

나. 쟁점
위 인정되는 사실에 의할 때, 이 사건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사무실의 열쇠를 교체한 뒤 열쇠를 관리소장인 고소인에게 건네주지 않아 출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위력으로 고소인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업무방해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바, 위 업무방해행위를 청구인의 형사책임으로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위와 같은 업무방해행위에 대해 공범관계에 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관리사무실의 열쇠를 교체하여 업무방해를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고 인정하였으므로, 먼저 청구인에게 그와 같이 열쇠교체를 통해 업무방해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이 비록 열쇠교체를 지시한 바 없다 하더라도,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 및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ㆍ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청구인에게 업무방해에 대한 공모 및 범죄행위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여 공범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다. 청구인이 열쇠를 교체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1) 이 사건 당시 아파트 관리과장이었던 남○우는 관리사무실 안에서 청구인이 열쇠를 교체한다고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들었고 그로부터 약 20분 후에 열쇠업자가 관리사무실에 도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관리사무실 내부를 촬영한 CCTV 화면에서도 청구인이 2012. 9. 25. 23:00경 관리사무실 안에서 이○자로부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1분 30초가량 통화한 뒤 휴대전화를 이○자에게 돌려주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또한 열쇠업자인 김○수는 사건 당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누군가로부터 열쇠교체를 의뢰하는 전화를 받았고, 자신의 집에서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실까지 자동차로 약 15-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진술하였는바, 이와 같은 증거들은 청구인이 전화로 열쇠를 교체하도록 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부합한다.

(2) 그러나 통신사실확인자료 등 기록에 의하면, CCTV 화면상 청구인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이 확인되는 2012. 9. 25. 23:00 전후에 청구인이 사용한 이○자 명의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은 같은 아파트 주민인 강○희 명의의 휴대전화로부터 걸려온 것뿐이고, 위 시간대에 청구인 명의 휴대전화로는 아무런 통화를 한 사실이 없음이 확인된다.

(3)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된 남○우의 진술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신빙성에 매우 의심이 간다.
우선 남○우가 청구인이 열쇠를 교체한다고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 시점에 청구인이 통화한 상대방은 열쇠업자와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는 입주민 중 한 사람이다. 남○우는 2013. 2. 17.에는 자신이 청구인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인이 누구의 전화기로 통화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가, 2013. 3. 1.에는 사건당시 이○자가 먼저 통화하였고, 그 전화기를 청구인에 바꾸어주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사건 발생 후로부터 시간이 더욱 흘렀음에도 기억하는 상황이 더욱 구체화된 것으로서 경험칙에 반한다. 또한 CCTV 영상에 의하면, 남○우는 청구인이 이○자로부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통화하는 동안 서류를 보고 있을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청구인은 남○우로부터 수 미터 간격을 두고 등을 돌린 채 통화하고 있었고, 청구인과 남○우 사이에 주민들 4인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임이 확인되는바, 남○우가 청구인의 통화내용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나아가 남○우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고소인인 관리소장과 함께 근무하는 관리과장으로서 청구인과 대립관계에 있는 자이므로 객관적인 증인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4) 이와 같이 남○우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자료와 배치되고, 그 신빙성에도 의심이 가며, 청구인이 관리사무실에 수회 출입하는 모습이나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만으로는 청구인이 열쇠 교체행위에 직접 가담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라. 청구인에게 업무방해의 공동정범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1) 청구인이 비록 열쇠 교체라는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만약 청구인이 업무방해의 공모자임이 인정되고,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이 인정될 수도 있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428 판결).

(2) 이 사건 당시 주민들 중 90여 명이 관리소장의 해임에 동의한다는 데 서명한 점과 그 동의서 제일 상단에 청구인의 서명이 있는 점이 인정되지만, 입주민들이 관리소장의 교체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입주민 등의 10분의1의 요청에 의하여 관리소장의 교체를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된 위ㆍ수탁관리계약 제12조 제6항 제6호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업무방해행위의 일부로 볼 수는 없다. 또한 관리소장을 교체하자는 데 청구인과 주민들 사이에 상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청구인이 관리사무실을 폐쇄하여 관리소장의 업무를 방해하자는 데에까지 다른 주민들과 의사의 합의가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고, 그 외 청구인이 관리소장의 업무방해에 대해 공모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어렵다.

(3) 당시 회의를 마친 주민들이 관리사무소 문을 잠그자고 하며 관리사무실로 향하였다거나, 어떤 사람이 열쇠를 교환하여야 소장이 일을 못 할 거라고 말했다는 김○자의 진술, 주민들이 열쇠를 교체하였고, 누가 열쇠업자를 불렀는지는 모른다는 이○자의 진술,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열쇠교체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말을 했으며, 관리사무소의 열쇠를 교체한 뒤 아줌마들이 10만 원을 줬고, 청구인의 얼굴을 전혀 모르겠다는 열쇠업자 김○수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보면, 관리사무소의 열쇠교체는 당시 모인 수십 명의 주민들이 흥분한 가운데 누군가에 의해 의견이 제시되어 돌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이고, 기록상 청구인이 여기에 가담하였다는 정황을 발견하기 어려우며, 청구인은 오히려 주민들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 협조하였다고 주장한다.

(4) 열쇠를 교체한 다음날인 2012. 9. 26. 오전 청구인이 관리사무실에 잠시 출입한 모습이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되나, 청구인은 여성들만 관리사무실에서 밤새 있었다는 말을 듣고 걱정되어 가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머문 시간도 길지 않았으므로 청구인이 점거행위를 분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외 관리사무실에 열쇠를 돌려준 2012. 10. 4.까지 청구인이 관리사무실을 지키거나 열쇠를 관리하였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없으며, 관리과장인 남○우도 이○자 및 입주민인 다른 여자가 열쇠를 관리하였고 2012. 10. 4. 관리사무실의 문을 열어준 사람도 이○자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는바, 이와 같이 청구인이 업무방해행위에 대해 본질적으로 기여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도 부족하다.

마.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점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게 된 주된 근거인 남○우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고, CCTV 화면에 나온 청구인의 통화상대방이 열쇠업자가 아니라는 점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확인되므로, 위 증거들은 청구인이 열쇠업자에게 직접 열쇠교체를 의뢰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되기 어렵다. 청구인이 간접적으로라도 열쇠 교체를 지시하였거나 열쇠 교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열쇠업자에게 사건 당시 전화를 건 번호를 확보하여 청구인과의 관계를 확인한다거나,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민들과 출동한 경찰 등을 상대로 청구인이 열쇠 교체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한다.
또한 수사의 초점은 청구인이 열쇠 교체를 지시했는지 여부에만 집중되어 있었고,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의 전화통화 상대방이 열쇠업자가 아님이 드러났다면 청구인이 그 외에 어떤 방식으로 주민들과 함께 업무방해를 공모하고 실행행위를 분담하거나 이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수사를 하였어야 한다. 특히 사건 초기부터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였으므로, 청구인의 업무방해의 공모 및 기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청구인의 당시 언행에 대해 객관적인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며, 청구인이 자신은 주민들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 경찰에 적극 협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피청구인은 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청구인이 사건 당시 관리사무소를 수차례 출입하였다거나 동대표의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만연히 청구인에 대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바. 소결
이와 같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