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마326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9조 제2항 위헌확인 등

결정일: 2015년 4월 14일

결정 전문

사 건 2015헌마326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9조 제2항 위헌확인 등
청 구 인 이○복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 개요
청구인은 부친인 이○택이 1948년 11월 경북 영덕군 ○○면 ○○리 ○○번지에 거주하던 중 군경이 벌인 빨치산 공비 토벌작전으로 인하여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청구인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9조 제2항이 진실규명의 신청기간을 법 시행일인 2005. 12. 1.부터 1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것과, 1948년 영덕 울진 영양 청송 지구에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하 ‘영덕 민간인희생사건’이라 한다)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청구인의 명예권과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15. 3. 3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14. 12. 30. 법률 제12920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19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②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 한다)가 영덕 민간인희생사건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부작위(이하 ‘이 사건 부작위’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14. 12. 30. 법률 제12920호로 개정된 것)
제19조(진실규명 신청)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은 이 법 시행일(법률 제7542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시행일인 2005년 12월 1일을 말한다)부터 1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05. 5. 31. 법률 제7542호로 제정된 것)
제2조(진실규명의 범위) ①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제19조(진실규명 신청) ① 희생자, 피해자 및 그 유족이나 이들과 친족관계에 있는 자나 위원회 진실규명사건에 관하여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할 수 있다.
제22조(진실규명 조사개시) ① 위원회는 진실규명 신청이 제21조제1항에서 정한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조사개시결정을 하고 지체 없이 그 내용에 관하여 필요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③ 위원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청구 부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는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사건으로 정하고 있고, 청구인은 자신의 부친이 1948년경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은 과거사정리법 제19조 제1항에 의해 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할 수 있는 희생자의 유족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신청을 2005. 12. 1.부터 1년 이내에 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청구인은 진실규명 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진상규명사건 신청기간을 과거사정리법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로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청구인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시점은 신청기간 만료일인 2006. 11. 30.의 다음날인 2006. 12. 1.이라고 볼 수 있다(헌재 1995. 3. 23. 91헌마143 참조). 그런데 청구인은 기본권 침해사유가 발생한 2006. 12. 1.로부터 1년이 훨씬 도과한 2015. 3. 31.에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청구부분
(1) 이 사건 부작위의 성격
과거사정리법이 피해자 등에게 명문으로 진실규명 신청권, 진실규명결정 통지 수령권 및 진실규명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 등을 부여하고 있는 점,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지면 그 결정에서 규명된 진실에 따라 국가는 피해자 등에 대하여 피해 및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점, 과거사위원회가 위와 같은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에 대하여 피해자 등의 피해 및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로 권고한 사항에 대한 이행의 실효성이 법적ㆍ제도적으로 확보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과거사정리법이 규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0두22856 판결 참조).
따라서 청구인이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위한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이 사건 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행정권력의 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행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한 요건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 내지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1994. 4. 28. 92헌마153 참조).
여기서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함은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포괄한다(헌재 2004. 10. 28. 2003헌마898 참조).

(3)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지 여부
이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원회가 영덕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사건으로서 조사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헌법은 명문으로 과거사위원회가 영덕 민간인 희생사건의 진실규명 조사를 해야 할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다음과 같이 헌법의 해석상으로도 그러한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사정리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과거사정리법 제1조). 헌법은 전문에서 ‘민족의 단결’이라는 가치를 밝히고 있고, 제10조 후문에서 국가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거나 은폐된 과거사를 조사하고 처리할 것인지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민족 단결과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의 의미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5. 9. 29. 2003헌마343 참조).
나아가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을 통해 구체화되어 있는지 본다.
비록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3호가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 범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제22조 제1항에 의하면 과거사위원회는 희생자 등이 제19조에 따른 진실규명 신청을 하면 그 신청이 제21조 제1항에서 정한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조사개시결정을 하고 그 내용에 관하여 조사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제19조에 따라 진실규명 신청을 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과거사위원회는 조사개시를 할 작위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제22조 제3항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과거사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이지, 특정 사건을 반드시 직권으로 조사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역시 청구인이 주장하는 작위의무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결국 과거사위원회에게 영덕 민간인 희생사건을 조사해야 할 헌법상의 작위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작위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제2호 및 제4호에 의하여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