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4헌마95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4월 30일

결정요지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에는 ‘특약사항’으로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이 사건 건물 중 2층 거실의 이용을 허락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피청구인은 위 특약사항의 의미가 무엇인지, 위 특약사항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건물 2층에 거주하는 피해자가 1층 청구인의 식당으로 통하는 수도관의 밸브를 임의로 잠근 후 이를 청구인에게 알리지 않아, 며칠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고통을 겪었던 청구인이 수도관의 밸브를 확인하고 이를 열기 위하여 부득이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것이고, 청구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시간과 방법, 당시 피해자의 주거에 사람이 없었던 점, 청구인을 발견한 피해자가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자 청구인이 별다른 저항 없이 곧바로 피해자의 주거에서 나온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있고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인정되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319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신○호
국선대리인 변호사 신준우
피청구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4. 9. 30. 의정부지방검찰청 2014년 형제4236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4. 9. 30. 피청구인으로부터 주거침입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데(의정부지방검찰청 2014년 형제42362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청구인이 2014. 8. 21. 19:00경 양주시 ○○로 ○○번길 ○○, 2층 피해자의 주거에 수도관을 고치러 갈 목적으로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아니하고 열린 현관문으로 들어가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것이다.

나. 청구인은 혐의없음을 주장하며, 2014. 10. 3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청구인은 피해자 소유의 양주시 ○○로 ○○번길 ○○ 소재 2층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2층 거실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건물 2층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건물 1층을 임차한 청구인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이 사건 건물 2층에 들어간 것이므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3. 9. 30.경 피해자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 중 1층 전부에 관하여 보증금 1,000만 원, 차임 50만 원, 임대차기간 2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서에는 특약사항으로 “임대인의 허락한 부분에 대하여 집주변 대지 이용을 허락함(이층거실 포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였으나, 손님이 많지 않은데다가 대지 이용 등 문제로 피해자와의 사이도 나빠지자, 보증금에서 공제하라며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무렵 식당운영을 처에게 맡기고 공사장에서 일하였는데, 이 사건 당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처로부터 며칠 동안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물탱크를 확인하고자 이 사건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4) 청구인은 2층 현관문이 열려있고 사람의 기척도 없자, 거실과 부엌을 지나 곧바로 건물 옥상으로 연결되는 바깥쪽 부엌문을 통하여 옥상으로 올라갔다.

(5) 청구인은 물탱크의 물을 확인한 뒤 잠긴 수도관의 밸브를 열어놓고 다시 2층 부엌을 통과하여 거실로 나왔고, 마침 외출하였다가 돌아온 피해자와 마주쳤는데, 피해자가 나가라며 소리를 지르자 곧바로 1층으로 내려왔다.

(6)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3일 뒤인 2014. 8. 24. 수사기관에 주거침입 혐의로 청구인을 고소하였다.

나.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람의 주거 또는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그 거주자 또는 관리자 등의 명시적ㆍ묵시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에는 ‘특약사항’으로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이 사건 건물 중 2층 거실의 이용을 허락한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과연 청구인이 이 사건 건물 2층에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인 피해자의 명시적ㆍ묵시적 의사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수사기록에는 위 특약사항의 의미가 무엇인지, 위 특약사항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바, 그 의미 여하에 따라서는 청구인이 이 사건 건물 2층에 들어간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의율하기 힘들 수도 있다. 즉, 위 특약사항의 의미가 청구인이 피해자의 사전 동의나 승낙 없이 이 사건 건물의 2층 거실을 사용할 권한이 있고 그 사용을 위한 출입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본다면, 청구인은 이 사건 건물 2층 현관문을 통하여 출입할 권한이 있고, 부엌이 거실과 붙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출입을 제한하는 잠금장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건물 2층의 방도 아닌 거실과 부엌에 들어간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의율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청구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건물의 2층 거실을 사용한 적이 없고, 구조상 이 사건 건물의 2층 거실은 1층과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방과 연결되어 피해자 가족의 일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특약사항의 의미는 식당의 손님이 많을 경우 2층 거실에서도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가 양해한 것으로 보일 뿐 조건 없는 사용이나 상시적인 출입을 허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청구인이 실제 이 사건 건물의 2층 거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해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청구인은 피해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건물 2층에 들어갔고, 청구인과 피해자가 연체 차임 문제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승낙이 추정되지도 아니하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건물 2층에 들어간 행위는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행위로서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다.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앞에서 본 인정사실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며칠 전부터 청구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고, 청구인 식당의 수도는 이 사건 건물 옥상에 있는 물탱크의 물로 공급되므로 물탱크에 물이 없거나 청구인 식당으로 내려가는 수도관의 밸브가 잠기면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구조이며, 청구인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만나 상황설명을 듣거나 옥상의 물탱크 등을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고, 옥상의 물탱크 등을 확인하려면 이 사건 건물 2층에 있는 피해자의 거실과 부엌을 통과하여야만 하는데, 마침 피해자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열려있는 현관문을 통하여 피해자의 주거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청구인의 식당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물탱크와 수도관 밸브가 이 사건 건물 옥상에 설치되어 있고, 옥상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사건 건물의 2층 거실과 부엌을 통과하여야만 하는 경우, 그 물탱크 등의 이상 유무의 확인이나 고장의 수리를 위한 이 사건 건물의 2층 거실과 부엌의 출입은 그로 인하여 주거의 평온을 심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바, 이 사건 건물 2층에 거주하는 피해자가 1층 청구인의 식당으로 통하는 수도관의 밸브를 임의로 잠근 후 이를 청구인에게 알리지 않아, 며칠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고통을 겪었던 청구인이 수도관의 밸브를 확인하고 이를 열기 위하여 부득이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것이므로, 이는 피해자의 주거생활의 평온이 다소 침해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보이고, 청구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시간은 2014. 8. 21. 19:00경으로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각이었으며, 청구인은 열려있는 현관문을 통하여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당시 피해자의 주거에는 사람이 없었고, 청구인을 발견한 피해자가 나가라며 소리를 지르자 별다른 저항 없이 곧바로 피해자의 주거에서 나왔을 뿐,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나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므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