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4헌마12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4월 30일

결정요지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을 살펴보더라도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렸다는 진술은 찾아볼 수 없고, 사건 발생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 발급된 상해진단서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청구인이 설령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려 상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은 처음부터 일관하여 피해자를 말리거나 피해자의 폭행을 저지하려고 하였으므로, 이는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정에 관해 철저히 수사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상해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 제21조 제1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57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조○훈
국선대리인 변호사 유정표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3. 11. 2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11064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3. 11. 2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110640호로 피청구인으로부터 상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3. 5. 29. 22:54경 서울 종로구 ○○동 ○○ 지하 1층에 있는 ○○ 호프집 앞 노상에서 피해자 신○준을 밀어 넘어 뜨려 약 1주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안와부 좌상 등을 가하였다.”

나. 이에 청구인은 2014. 2. 14.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과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얼굴을 가격당하는 과정에서 반사적으로 피해자의 몸을 붙잡고 넘어진 것에 불과하므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 아니다. 청구인의 행위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피해자의 전치 1주의 상해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극히 경미한 상처로서 이를 이유로 청구인을 상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피해자의 상해가 청구인의 행위로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적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피해자와 청구인 및 목격자인 조○정, 손○수, 정○우의 각 진술내용과 피해자의 상해부위 및 정도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정당하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증권 주식회사의 과장으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2013. 5. 29. 22:00경 서울 종로구 ○○동 ○○에 있는 ○○ 호프집에서 직장 동료인 김○목 대리, 손□수 대리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피해자는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평소 업무상 알고 지내던 정○우(○○그룹 본사에 근무), 손○수(□□증권 압구정지점 영업부에 근무) 등과 함께 청구인의 뒤쪽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같은 날 22:46경 청구인 일행에게 먼저 시비를 건 후 주먹으로 김○목의 얼굴을 때렸고, 김○목도 이에 대항하여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청구인은 피해자의 목을 팔로 감아 싸움을 말렸다.

(2) 피해자는 호프집 밖으로 나간 청구인 일행 중 손□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이어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수회 때려 청구인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비골골절, 두피 열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청구인은 피해자와 함께 바닥에 넘어진 다음 피해자의 위에서 팔로 목을 조르고 다리로 피해자의 배 부분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청구인, 피해자, 김○목은 경찰에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었다.

(3) 청구인 일행은 사건 당시 그다지 술에 취하지 않았으나, 피해자 일행은 만취한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청구인 일행(청구인, 김○목, 손□수)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그 진술내용이 호프집 CCTV 영상과도 대부분 부합한 반면, 피해자 일행(피해자, 정○우)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건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였고, 그 진술내용에 일관성도 없다. 사건 직후 이루어졌던 피해자의 최초 진술내용은 호프집 CCTV 영상과도 큰 차이가 있다.

(4)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12. 13. 청구인에게 상해를 입힌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피해자에게 벌금 2,000,000원을 선고하였다(2013고약31416). 피청구인은 피해자가 김○목, 손□수를 폭행한 피의사실과 김○목이 피해자를 폭행한 피의사실에 대하여는 폭행의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이유로 각각 공소권없음 결정을 하였고,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어 넘어 뜨려 상해를 가한 피의사실에 대하여는 기소유예 결정을 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첫째,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려 폭행을 가한 사실이 있는지, 둘째, 폭행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를 상해죄로 판단할 수 있는지, 셋째, 상해죄가 인정되는 경우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폭행사실의 인정 여부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을 살펴보더라도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렸다는 진술은 찾아볼 수 없다. 피해자도 청구인과 다투다가 바닥에 넘어져 뒹굴었다고 하고, 손○수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며, 청구인이 피해자를 끌어안고 바닥에 쓰러졌다는 김○목의 진술 역시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렸다는 피의사실을 뒷받침하지는 못한다. 정○우와 조○정의 진술은 청구인과 피해자가 바닥에 넘어진 이후의 상황만을 언급하고 있어서 피의사실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위 증거들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려 폭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피해자와 청구인이 다투다가 서로 엉겨 넘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 상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렸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해죄로 의율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참조).
피해자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의 발급일은 사건 발생일인 2013. 5. 29.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13. 9. 4.이고, 상해의 원인 또한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기재된 것일 뿐이다. 사건 직후 촬영한 피해자 사진을 보면 왼쪽 눈 주위와 오른쪽 흉부 등의 상처를 확인할 수 있으나, 청구인과 피해자의 다툼이 있기 전 김○목이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폭행한 사실이 있으므로, 피해자의 좌 안와부 좌상은 김○목의 폭행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른쪽 흉부의 상처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손□수가 발로 자신의 갈비뼈 쪽을 한 대 걷어차 생겼다는 것이므로, 이 역시 청구인의 행위와의 관련성이 불분명하다. 그 밖에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피의사실 기재의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

마. 위법성 조각 여부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헌재 2013. 8. 29. 2011헌마743).
청구인 일행과 피해자 간의 다툼은 주점 안에서 피해자가 청구인 일행의 대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비를 건 후에 먼저 주먹으로 김○목의 얼굴을 때려 폭행함으로써 비롯된 것이고, 이때 청구인은 피해자의 목을 팔로 감아 싸움을 말렸다. 호프집 밖에서 피해자가 주먹으로 손□수와 청구인의 얼굴을 폭행하여 또다시 다툼이 일어났고, 청구인은 이때도 피해자를 말리면서 피해자와 함께 바닥에 넘어진 다음 피해자의 위에서 팔로 목을 조르고 다리로 피해자의 배 부분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피해자의 폭행으로 청구인은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비골골절, 두피 열상 등의 상해를 입은 반면, 피해자는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 안와부 좌상 등을 입은 데 불과하여(근본적으로 그 상해가 청구인의 행위로 인한 상해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청구인이 입은 상해 정도가 훨씬 더 중하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청구인 및 그 일행에게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였다고 볼 수 있고 청구인은 처음부터 일관하여 피해자를 말리거나 피해자의 폭행을 저지하려고 하였으므로, 청구인이 설령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려 상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극적인 공격행위라기보다는 피해자의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일행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소극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청구인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보다 면밀히 검토한 후 과연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채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를 인정하였으므로,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바.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