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마3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10월 21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피해자와 만날 당시 자신의 인적사항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알려주었고, 피해자와 헤어진 후 먼저 피해자에게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이후 실제로 휴대폰을 돌려주었으므로, 청구인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가져갔다는 점만으로 청구인에게 휴대폰에 대한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 소유의 남성용 반팔 티셔츠와 지갑은 청구인에게 아무런 경제적 가치나 효용이 없어 절취의 동기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달리 청구인이 이를 절취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청구인에게 절도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329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신○원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용직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4. 9. 29. 2014형제5903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4. 9.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14형제5903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4. 7. 17. 00:45경에서 02:10경 사이 용인시 수지구 ○○로에 있는 ○○ 호텔 ○○호실에 휴대폰 소개팅 어플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와 함께 투숙한 뒤, 피해자 소유의 시가 90만 원 상당의 휴대폰, 갈색티셔츠 1벌, 지갑, 지갑 안에 있던 현금 10만 원 상당, ○ ○체크카드 1매 등을 절취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5. 1. 1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색상, 기종, 배경화면이 청구인의 것과 거의 유사한 피해자 소유의 휴대폰을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여 이를 가져간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의 갈색 티셔츠나 현금 등이 들어있는 지갑을 가지고 간 사실은 없다. 이 물건들은 청구인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 가져갈 이유가 없는 점, 같은 날 아침 청구인이 2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피해자의 휴대폰이 자신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였고, 또한 실제로 이를 반환한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에게 휴대폰 절도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티셔츠 등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이를 가져갔다는 증거가 없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심판기록 및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법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2014. 7. 15.경 휴대폰 소개팅 어플을 통하여 알게 된 피해자를 같은 달 16. 21:35경 청구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에서 만나 근처 조개구이집에서 1차, ○○동의 맥주집에서 2차로 술을 마셨고, 다음 날 00:45경 ○○ 호텔(이하 ‘이 사건 여관’이라 한다) ○○호실(이하 ‘이 사건 객실’이라 한다)에 함께 투숙하였다.

(2) 피해자는 갈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이 사건 여관에 들어가면서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체크카드로 숙박료를 결제하였다.

(3) 피해자의 휴대폰(이하 ‘이 사건 휴대폰’이라 한다)으로 피해자의 여자친구인 황○희로부터 4회에 걸쳐 전화가 걸려왔고, 이 사건 휴대폰을 통해 같은 날 01:52경부터 02:05경까지 위 황○희에게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4회 발송되었다.

(4) 청구인은 같은 날 02:10경 홀로 이 사건 객실을 나와 택시를 타고 귀가하였으며, 아침에 일어나 08:16경 피해자에게 “인나면 콜”, 08:25경 “잘 드가써??”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09:35경부터 10:30경까지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니 연락해달라는 취지와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것을 우체통에 넣겠다는 취지의 ○○톡 메시지를 수회에 걸쳐 보냈다.

(5) 피해자는 같은 날 아침 일어나 창가 옆에 벗어두었던 티셔츠와 바지 주머니 속에 넣어둔 지갑(이하 지갑 속에 들어있었다는 돈과 체크카드를 포함하여 ‘이 사건 티셔츠 등’이라 한다),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이 사건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이 사건 여관에서 제공한 가운을 입고 인근 수지지구대로 가서 청구인을 절도혐의로 신고하였다.

(6) 피해자는 신고 후 분당 서현역에 있는 ○○ 본점에서 자신의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청구인의 휴대폰번호를 알게 되었고, 같은 날 11:00경 청구인에게 전화하여 청구인의 아파트 경비실에서 이 사건 휴대폰을 반환받았다. 위와 같이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전화를 하여 통화가 되었을 때 청구인은 이 사건 휴대폰을 가져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티셔츠 등을 가져갔는지에 대하여는 이를 부인하였다.

(7) 피해자와 청구인이 함께 이 사건 객실에 투숙한 후 청구인이 혼자 퇴실하기까지의 시간과 이후 피해자가 물건들이 없어졌음을 발견하고 신고할 때까지 누군가 이 사건 객실 문을 출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아니한다.

(8) 피해자는 이후 신고를 철회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였고, 청구인과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내는 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나. 쟁점 및 판단
(1) 쟁점
청구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휴대폰을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여 가지고 갔을 뿐 이 사건 티셔츠 등은 가지고 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에게 이 사건 휴대폰에 대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 및 청구인이 이 사건 티셔츠 등을 절취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2) 이 사건 휴대폰에 대한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의 존재 여부
(가)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바, 여기서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소유자 등을 종래 지위에서 영원히 제거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나) 청구인이 이 사건 객실에서 나가기 전 피해자의 여자친구인 황○희로부터 4회에 걸쳐 걸려온 전화에 대해 모두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이 사건 휴대폰을 가지고 이 사건 객실에서 나왔던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것임을 알면서 이 사건 휴대폰을 가져갔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이미 피해자와 약 세 시간에 걸쳐 술을 마신 상태였고, 이 사건 휴대폰이 청구인의 것과 다른 기종이기는 하지만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그 색상과 바탕화면의 설정이 동일하고 크기도 거의 유사한 점, 이 사건 휴대폰에는 전화가 걸려오면 ‘통화’ㆍ‘종료’ 버튼 외에도 ‘통화거절 메시지’ 버튼이 휴대폰 바탕화면 하단에 나타나는 점, 청구인이 귀가 후 아침에 일어나 08:16경과 08:25경에는 이 사건 휴대폰을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음을 전제로 피해자의 안부를 묻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2회에 걸쳐 보냈으며, 09:35경부터 10:30경까지는 이 사건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니 연락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연락이 없을 경우 이 사건 휴대폰을 우체통에 넣어 보내겠다는 취지의 ○○톡 메시지를 수회에 걸쳐 보낸 점, 청구인이 피해자를 만날 당시 이미 자신의 집과 나이 등을 알려주었고, 나머지 인적사항 역시 휴대폰 사용내역 등의 조회를 통해 비교적 쉽게 확인될 수 있는 점, 실제로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자 이 사건 휴대폰을 피해자에게 반환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청구인이 술에 취하고 졸린 상태에서 이 사건 휴대폰을 자신의 것으로 잘못 알고 가져갔다가 아침에 가방을 확인하면서 뒤늦게 이 사건 휴대폰을 발견하고 이를 돌려주려고 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가사 피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청구인이 피해자의 것임을 알면서 이 사건 휴대폰을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문자 및 ○○톡 메시지의 내용, 이 사건 휴대폰의 반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에게 영구적으로 이 사건 휴대폰에 대한 소유권 등 권리를 침해하거나 이 사건 휴대폰을 자기의 소유물로서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ㆍ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도328 판결 등 참조).
결국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이 사건 휴대폰에 대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이 사건 티셔츠 등에 대한 절취행위의 인정 여부
피해자가 이 사건 여관에 들어갈 당시 갈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지갑도 소지하고 있었으며, 청구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객실에 함께 들어갔다가 청구인이 혼자 나온 이후 피해자가 인근 지구대에 신고할 때까지 이 사건 객실의 문이 열린 흔적이 발견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해자 외에 유일한 객실 출입자인 청구인이 이 사건 티셔츠 등을 가져갔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구인이 이 사건 티셔츠 등을 절취하였음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청구인이 이 사건 티셔츠 등을 절취할 만한 뚜렷한 동기도 찾기 어렵다. 즉 이 사건 티셔츠는 남성용 반팔 여름 티셔츠로 피해자 스스로 3만 원 정도에 구입한 ‘싸구려’라고 표현할 만큼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고 보기 어렵고, 여성인 청구인에게 이를 사용하거나 환가할 정도의 효용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피해자의 지갑 역시 그 안에 현금이 10만 원 정도 들어있었다고 하나, 과연 현금이 10만 원 정도 들어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 40-50만 원을 벌고 있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피해자에게 술을 사주는 등의 사실에 비추어 청구인이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지갑 자체도 평범한 남성용 지갑으로 청구인에게 어떤 경제적 가치나 효용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지갑 안의 체크카드 또한 도난신고나 사용내역의 추적으로 인해 실제 사용이 어려우므로 청구인에게 별다른 효용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피해자와 만남에 앞서 자신의 집과 나이를 비교적 정확하게 피해자에게 알려주었고, 자신이 가져온 이 사건 휴대폰은 피해자에게 반환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였으며, 이를 실제로 반환하였다.
그리고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전화를 하여 통화가 되었을 때 청구인이 이 사건 휴대폰을 가져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티셔츠 등은 가져간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였다.
이상의 사정들과 청구인의 학력, 전공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청구인이 이미 자신의 신상에 대해 알고 있는 피해자 소유의 물건, 그것도 자신에게 아무런 경제적 이득이나 가치도 없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하여 범죄행위를 감행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은 쉽게 납득되지 아니한다. 나아가 술에 취해있던 피해자가 객실로 이동하던 도중 이 사건 지갑을 떨어뜨렸을 가능성, 당시가 여름이었으므로 객실 안 창문이 열려있었다면 열린 창문을 통한 이 사건 티셔츠의 분실가능성 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티셔츠 등을 가져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청구인에게 이 사건 휴대폰에 대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청구인이 이 사건 티셔츠 등을 가져갔다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