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마79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11월 26일

결정 전문

사 건 2015헌마791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영
대리인 변호사 강문혁
피 청 구 인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5. 5. 28.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2015년 형제408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5. 5. 28. 피청구인으로부터 ‘2015. 2. 23.경 배○진에게 “웃기는 것들 다 봤다.”라고 말하여 모욕하였다’는 피의사실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2015년 형제408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이에 청구인은 2015. 7. 2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사건 당시 배○진이 대기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은행직원과 이를 말리는 청구인에게 고성과 막말을 계속하므로 함께 있던 청구인의 어머니에게 “별 일 다 보겠네.”라고 말하였을 뿐, 배○진에게 “웃기는 것들 다 봤다.”라고 말한 사실이 없으므로 배○진을 모욕한 사실이 없다.
설령 청구인이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배○진이 공공장소인 은행에서 은행직원들과 청구인에게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정도에 불과하여 모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판단
가.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 발언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웃기는 것들 다 봤다.”라고 말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모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모욕죄에 있어서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였는지 여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므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
(헌재 2011. 6. 30. 2009헌바199). 그리고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을 고려한 다음 사회통념에 의하여 객관적 의미 내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언어 또는 거동이 타인의 명예에 대한 경멸의 의사표시인가를 판단하자면 그것이 표시된 상황, 그것이 표시된 장소, 표시의 상대방, 의사표시 전체의 의미관련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헌재 2015. 3. 26. 2013헌마531).
대법원도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2229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배○진은 사건 당일 남편과 함께 ○○은행 ○○중앙지점을 방문하였는데, 자신의 고객호출번호(대기번호)가 지나가버려 어쩔 수 없이 청구인이 업무를 보던 기업전담코너 창구 뒤쪽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나) 배○진은 청구인에 대한 업무처리가 지연되어 옆 창구와는 달리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청구인이 업무를 보던 창구로 와 은행직원에게 ‘번호를 왜 빨리 눌러 기다리게 하느냐, 왜 이리 늦느냐’라는 취지로 짜증을 내며 항의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왜 그러느냐. 그러니까 불편하다. 항의를 하려면 우리가 일을 마친 다음에 해라.”라고 말하였다.

(다) 그러자 배○진은 청구인에게 “내가 은행직원에게 말하는데 네가 왜 끼어드느냐.”라고 먼저 시비를 걸어 청구인과 상호 언쟁을 벌이게 되었다.

(라) 얼마 후 청구인은 업무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웃기는 것들 다 봤다.”라고 말하였고, 이를 들은 배○진이 청구인에게 “웃기는 년이네.”라고 욕을 하였다.

(3)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배○진이 청구인이 있던 창구의 은행직원에게 와 짜증을 내며 항의한 것은 단순히 은행직원뿐만 아니라 청구인을 향한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항의를 말리는 청구인에게 배○진이 먼저 시비를 걸어 언쟁을 유발하였으며, 청구인이 은행 업무를 마치고 나가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이와 같은 청구인의 발언 경위, 청구인과 배○진의 관계, 발언의 상대방 및 횟수, 발언의 의미와 맥락 등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발언은 위와 같은 배○진의 일련의 행태가 청구인의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순화되지 않은 언어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배○진의 주관적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표현에는 해당할지언정,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배○진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
따라서 청구인이 배○진에게 “웃기는 것들 다 봤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발언은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모욕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모욕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모욕죄에 관한 법리오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