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마95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12월 23일

결정 전문

사 건 2015헌마9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수
대리인 법무법인 신원 (담당변호사 표용형, 박정융)
피 청 구 인 전주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1. 피청구인이 2014. 10. 27. 전주지방검찰청 2014년 형제1583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 개요
청구인은 2014. 6. 24. 서○형의 목을 밀어 폭행하였다는 혐의로 입건되었고, 피청구인은 2014. 10. 27.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5. 1. 29. 위 기소유예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재판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피의자가 불복할 수 있는 재판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다음부터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고 한다)와 청구인에 대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다음부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고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3.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판단
가. 헌법재판소는 2013. 9. 26. 2012헌마562 결정 등에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헌법은 공소제기의 주체ㆍ방법ㆍ절차나 사후통제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검사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방법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헌법이 명시적으로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 대해 입법의무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 기소유예처분은 기소에 따르는 형사정책적 고려와 함께 소송경제 및 구체적 정의의 실현이 가능하도록, 피의자에게는 전과자라는 낙인 대신 기회를 주고 검찰과 법원에는 다른 중요한 사건에 더 힘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피의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아니다. 다만 피의자가 범죄혐의를 다투고 있고, 공소를 제기하기에 충분한 범죄혐의가 없는데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외적 상황에 대응하여 기소유예처분에 관한 일반적 재판절차를 마련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입법형성 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므로 헌법 해석상으로도 입법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결정은 여전히 타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할 입법자의 입법의무가 헌법규정 또는 헌법 해석상 도출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4. 6. 4.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당 ○○도지사 후보였던 박○곤의 정책실장으로 일했다. 당시 ○○당 ○○시장 후보였던 김○석은 낙선하였는데 득표율이 부족하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였다. 김○석의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들은 박○곤 측 선거운동원이 김○석의 경쟁자를 지지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유권자에게 발송하여 김○석의 득표율이 떨어졌으니 김○석이 지출한 선거비용 일부를 박○곤 측이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박○곤이 이런 요구를 거절하였다.

(2) 박○곤은 2014. 6. 24. 전주시 ○○당사에서 개최된 ‘2014 ○○당 □□당 화합 전진대회’에 참석하였다. 박○곤은 행사를 마치고 일행 3명과 함께 밖으로 나오려고 하였으나, 김○석의 선거운동을 도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선거비용 부담을 요구하며 길을 막았다. 청구인은 오후 2시 40분경 상황을 연락받고 약 1시간 뒤 당사로 나와 박○곤을 도와 밖으로 나오려고 하였으나 수적 열세로 나올 수 없자 오후 3시 58분경 경찰에 신고하였다. 경찰은 바로 현장에 출동하였으나 선거운동원 보수 지급 문제로 일어난 당내 분쟁으로 양측이 협의중이고 행사 시작부터 줄곧 정보 담당 경찰관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미 현장에 있던 경찰관만 남겨 두고 철수하였다. 청구인 등은 김○석의 선거운동원들과 협의를 시도하였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오후 5시 3분경 다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 경찰관이 있고 이미 출동하였던 사안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3)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박○곤은 오후 4시 50분경 일행 3명을 앞세우고 청구인을 뒤에서 따라오게 한 다음 길을 막는 사람들을 헤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뒤에서 박○곤을 보호하던 청구인은 김○석의 선거사무장이던 서○형 등에게 붙잡혔다. 서○형과 김○석의 수행원 황○철 등은 청구인을 강당 안으로 끌고 들어가 여러 차례 때렸다. 청구인은 이마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진료 결과 약 3주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두피의 열린 상처ㆍ어깨와 무릎 및 가슴 부위 등 타박상 등을 입었고 이로 인해 불안 우울 장애도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4) 경찰은 청구인을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고, 현장에 있던 조○태로부터 황○철이 청구인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는 진술을 듣고 황○철을 가해자로 지목하여 입건하였다. 그런데 서○형이, 청구인이 당사 밖으로 나가면서 그 자리에 있던 당원 등을 밀치며 폭행하였고 이를 말리던 자신의 목을 잡고 흔들며 욕을 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자, 청구인도 폭행 피의자로 입건하였다. 한편, 수사과정에서 서○형도 청구인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서○형도 피의자로 입건되었다.

(5) 청구인과 황○철, 서○형은 모두 각자 폭행한 사실은 부인하였는데 경찰은 세 사람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추가 조사 없이 황○철과 서○형은 약식기소하고, 청구인에 대하여는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박○곤을 감금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돕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며 유형력을 행사하는 서○형을 밀친 행위가 소극적 방어행위로서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청구인이 폭행의 의도를 갖고 서○형의 목을 밀었다는 점에 들어맞는 증거로는 청구인을 폭행한 서○형과 황○철의 진술밖에 없다. 서○형은, 청구인이 길을 막는 아주머니들을 밀치기에 항의하였더니 목을 잡고 흔들었고 황○수가 잡고 말리다가 같이 넘어졌는데 청구인 스스로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며 자해하였다고 진술한다. 또 황○철은, 청구인이 박○곤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의 목을 조르고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하여 청구인을 말리려고 붙잡다가 함께 넘어졌을 뿐인데 청구인 스스로 머리를 바닥에 찢으며 자해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 현장을 목격한 조○태는, 황○철과 또 한 사람이 청구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안 쪽으로 끌고 들어가다가 함께 넘어졌는데 황○철이 청구인의 등 뒤에 올라타 오른손으로 청구인의 뒷머리를 잡고 이마를 바닥에 5-6회 내리찍는 등 폭행을 가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조○태는 박○곤이나 김○석 누구 편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고 사건 직후 경찰에서 목격한 내용을 바로 진술하였으므로 그 진술은 믿을 만하다. 반면 이 진술과 어긋나게 청구인이 스스로 자해하였다는 서○형과 황○철의 진술은 청구인의 상처 등에 비추어 볼 때 믿을 수 없다.
청구인은 박○곤을 보호하며 당사 밖으로 나오려고 시도하면서 길을 막는 사람들을 민 것은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서○형의 목 부분을 밀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청구인의 주장은 당시의 객관적 상황에 들어맞고 설득력이 있다. 또 청구인이 황○철 등에게 폭행당한 경위 등에 관한 진술도 목격자 조○태의 진술과 일치한다.
그렇다면 약 3시간가량 건물 안에 갇혀 있던 박○곤과 함께 밖으로 나오려고 길을 막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청구인이 서○형의 목 부분을 밀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청구인의 행위는 감금상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박○곤을 방어하기 위한 소극적 방어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현장에 있던 경찰관 등에게 당시 상황 등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 믿을 수 없는 가해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청구인이 선제적으로 공격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 아니할 수 없다.

5. 결론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