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마44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5년 12월 23일

결정 전문

사 건 2015헌마44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은○희
국선대리인 변호사 전경능
피 청 구 인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5. 4. 10.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2015년 형제1137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5. 4. 10.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2015년 형제11372호로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4. 12. 24. 19:22경 김포시 ○○로 ○○ ○○은행 ○○지점 365코너 내 5002번 현금지급기에서 피해자 이○순 소유인 □□은행 통장 2개 등이 들어 있는 장지갑 1개를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나. 이에 청구인은 2015. 4. 2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당시 ○○은행 ○○지점 현금지급기 위에 놓여있던 피해자의 지갑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가지고 나와 청구인이 다니던 ○○동성당 1층에 있는 사무직원에게 맡기면서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한 것일 뿐이므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4. 12. 24. 19:20경 김포시 ○○로 ○○에 있는 ○○은행 ○○지점 365코너에 도착하여 우측 첫 번째에 있는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려 하였다.

(2) 피해자는 청구인 직전에 위 현금지급기에서 거래를 하였고, 거래를 마친 후 자신의 지갑을 위 현금지급기 위에 그대로 놓아둔 채 그 자리를 이탈하여 다른 현금지급기로 가서 거래를 계속하였다.

(3) 피해자의 지갑에는 통장 8개, 카드 4개, 각종 영수증, 현금 100원이 들어 있었다.

(4) 청구인은 피해자가 현금지급기 위에 놓고 간 지갑을 발견하고 이를 가지고 현장을 떠난 다음 ○○동성당에 가서 그곳 직원인 조○애에게 주인을 찾아주라고 하면서 그 지갑을 그대로 맡겼다.

(5) 조○애는 위 지갑을 피해자에게 반환해주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지갑을 분실한 직후 경찰에 분실 사실을 신고하였으며, 경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청구인을 피의자로 특정한 다음 청구인으로부터 위 지갑을 ○○동성당에 맡겨놓았다는 얘기를 듣고 ○○동성당에 가서 그 지갑을 회수하여 피해자에게 반환하였다.

나. 쟁점
청구인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피해자의 지갑을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위 인정되는 사실 및 은행 CCTV 영상을 바탕으로 청구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1)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이다.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절도죄를 구성할 수 없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소유자 등을 종래 지위에서 영원히 제거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도3149 판결; 헌법재판소 2013. 5. 30. 선고 2012헌마880 참조). 또한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4헌마857 등 참조).

(2) 청구인은 피해자가 현장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이 사건 지갑을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제45-46쪽 피의자신문조서). 수사기록에 첨부된 CCTV 영상에 의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지갑을 발견한 직후 현금지급기 칸막이 왼쪽 밖을 살펴본 다음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오른쪽도 살펴보는 것을 알 수 있다. 청구인이 현장에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바로 피해자에게 그 지갑의 주인이 맞는지 확인하였을 것이고,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 지갑을 절취하려 하였다면 피해자의 눈치를 계속 살피면서 현장을 신속히 이탈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청구인은 당시 피해자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은행 업무를 계속 하였을 뿐 바로 현장을 이탈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피해자가 현장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는 청구인의 진술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청구인은 습득한 지갑을 가지고 자신이 가려고 했던 ○○동성당에 가 그곳 직원에게 맡기면서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였고, 이 사건 지갑과 그 안에 있던 소지품 등이 그대로 피해자에게 반환되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발생 직후의 사정을 고려하면 청구인에게 이 사건 지갑을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ㆍ처분하거나 피해자를 소유자 지위에서 영원히 제거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구인이 위 지갑을 경찰서나 파출소 등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청구인은 당시 ○○동성당에 미사를 보러 가는 길이었던 점에 비추어 청구인이 위 지갑을 경찰서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청구인에게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4)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만 76세의 고령으로 그때까지 다른 죄를 저지른 전력이 전혀 없고, 365코너 내 CCTV 및 거래내역 조회를 통해 현금지급기를 누가 사용하였고, 지갑을 누가 가지고 간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 현금지급기에서 지갑을 절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청구인이 피해자의 지갑을 365코너에서 가지고 나갔다는 사정만으로 청구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5)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365코너에서 지갑을 가지고 나간 다음의 행적은 어떠한지, 이 사건 현장에서 나와 바로 ○○동성당에 간 것이라면 그 구체적인 이동경로는 어떠했는지, 가는 도중에 다른 방법으로 습득신고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지, 그 경로 상에 설치된 다른 CCTV를 통해 청구인이 지갑을 뒤지는 등의 행동을 한 사실이 있었는지 등에 대하여 좀 더 밝혀본 후 그 혐의 유무를 결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라. 소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경찰에서 송치한 피의사실에 대하여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 대해 절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