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마65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6년 2월 25일

결정 전문

사 건 2015헌마65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기
대리인 변호사 이민호
피 청 구 인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5. 4. 16.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2014년 형제3818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5. 4. 16. 청구인에 대하여 업무상횡령죄로 기소유예처분(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2014년 형제3818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남편인 김○만과 공모하여 고소인(이○수)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보관하던 중 2008. 5. 3.경 8,000만 원, 2008. 7. 22.경 2억 원 합계 2억 8,000만 원을 피의자의 모친 황○희 명의 은행계좌로 송금하여 황○희에 대한 개인적인 채무를 임의로 변제하여 업무상횡령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5. 6. 2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의 각 송금 행위는 청구인의 모(母)이자 남편 김○만의 장모인 황○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온 상황에서 상속분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차용 및 변제의 외관을 갖추고자 하였던 것일 뿐이므로 횡령행위 자체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위 각 송금 행위는 청구인과 김○만의 황○희에 대한 채무변제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 횡령행위를 구성한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김○만은 처(妻)인 청구인과 공동으로 김포시 ○○면 ○○리 ○○에서 ‘○○철강’이라는 상호로 중고 철강재 매매 및 임대 유통업을 운영하였다. 그러던 중 2006년 말경 위 ‘○○철강’ 사무실에서 고소인 이○수에게 중고 철강재 매매, 임대업이 전망이 밝은 사업이나 자금 부족으로 제때 물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설명한 후, 주식회사를 신설하고 위 ‘○○철강’을 법인화하여 기존 물품, 거래 네트워크, 영업 노하우를 제공하며, 고소인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아 보유한 부동산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마련하여 투자하되,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동업자로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투자한 금액의 이익금을 일정 비율에 따라 안분하기로 구두로 약정하였다.

(2) 이에 따라 김○만은 2007. 1. 12.경 고소인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김○만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830-21-****-143)로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지속적으로 2008. 10. 6.경까지 투자금을 송금받았고, 한편 2007. 1. 5.경 위 사업장에 주식회사 ○○철강을 새로 설립하여 김○만은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고 거래처와 계약체결, 자금집행 결정 등 업무를 담당하였고, 고소인은 감사 겸 이사로서 근무하였으며, 청구인은 김○만을 보좌하여 법인 자금 입출금 등 관리 실무를 담당하는 등 2009. 9.경까지 김○만과 고소인이 공동으로 위 회사를 운영하였다.

(3) 김○만과 청구인은 창업 이래 황○희로부터 수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왔는데, 피의사실과 같이 2회에 걸쳐 황○희 명의의 은행계좌로 2억 8,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위 각 돈을 송금한 직후인 2008. 5. 7. 황○희 명의의 계좌에서 주식회사 ○○철강 명의의 계좌로 8,000만 원이 송금되었고, 2008. 7. 25. 황○희 명의의 계좌에서 청구인 명의의 계좌로 1억 5,000만 원이 송금되었다.

(4) 한편, 고소인은 2008년 초경에는 자신이 투자한 자금보다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원을 김○만으로부터 지급받은 바 있고, 2008. 5. 3. 김○만에게 1억 원을 송금하였다.

(5) 김○만은 위 (3)항의 행위에 대하여 업무상횡령죄로 불구속 기소되었으나, 김○만이 투자금에 상당한 철강재를 실제 구입하여 이를 회사의 자산에 포함시켰을 뿐만 아니라, 황○희의 은행계좌에 금원을 이체한 것 자체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에 해당된다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5고단789, 인천지방법원 2015노3277).

나. 횡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 피고인이 자신이 위탁받아 보관하고 있던 돈이 모두 없어졌는데도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일응 피고인이 이를 임의소비하여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피고인이 위탁받은 돈을 일단 타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위탁받은 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와 인정사실 등에서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의 위 각 송금 행위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김○만과 청구인은 창업 이래 황○희로부터 많은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이로 인해 김○만의 처남과 사이에 상속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만이 고소인과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약정하면서 고소인이 투자한 자금의 구체적인 관리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약정을 하였다는 자료는 없다.

(나) 고소인은 투자금을 ○○철강의 법인계좌가 아닌 김○만 명의의 개인계좌에 송금하였는데, 위 김○만 명의의 개인계좌는 사업자금의 입출금뿐만 아니라 김○만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자금의 입출금이 함께 이뤄지고 있었고, 회사가 철강재를 구입함에 있어서는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청구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함께 사용하거나 위 각 금융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을 사용하였다.

(다) 김○만과 청구인이 황○희에게 2억 8,000만 원을 송금한 직후 황○희로부터 다시 2억 3,000만 원을 송금받은 점을 보면, 청구인측이 황○희에게 부담하던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주식회사 ○○철강의 철강재 구입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돈 대부분이 실제 철강재 구입 용도로 지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라) 김○만과 고소인이 투자금의 이동 및 지출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김○만이 2008년 초경 고소인에게 지급한 1억 원에 대하여 별도의 정산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김○만의 입장에서 2008. 5. 3. 고소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돈은 투자금이 아니라 단순한 대여금의 반환으로 볼 여지도 있다.

다. 소결
따라서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송금행위가 횡령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