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4헌마87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6년 3월 31일

결정 전문

사 건 2014헌마873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전○근
대리인 변호사 양호준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4. 7. 1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4년 형제5935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4. 7. 18. 피청구인으로부터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4년 형제5935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서울 종로구 ○○길 ○○에 있는 ○○빌딩 건물주로서, 2014. 1. 12. 09:30경 ○○빌딩 1층 8호 앞길에서, 피해자 박○구(남, 72세)가 건물 입구에 원단 등을 쌓아 놓고 노점을 하여 자신의 상가를 임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 소유의 판매대 2개, 합성 피혁원단 80롤 등을 ○○빌딩 옥상창고로 옮겨 피해자의 원단판매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4. 10. 13.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박○구는 청구인의 점포 임대를 방해하기 위하여 그 점포 앞길에 판매대, 원단 등을 쌓아두었을 뿐 원단판매업에는 종사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할 만한 박○구의 업무가 없었으므로, 박○구 소유의 판매대, 원단 등을 ○○빌딩 옥상창고로 옮겼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박○구는 1987. 3.경부터 서울 종로구 ○○길 ○○에 있는 ○○빌딩 1층 8호 점포(이하 ‘이 사건 점포’라 한다)를 임차하여 원단판매업을 하였다.

(2) 박○구가 2011. 1.부터 8개월 가량 월세를 내지 아니하자, 청구인은 2013. 1. 25.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 사건 점포에 대한 명도판결을 받은 뒤 2013. 3. 18. 명도집행을 완료하여 명도집행된 박○구의 원단 등을 이 사건 점포 앞길에 쌓아두고, 이 사건 점포에는 철재셔터를 설치하였다.

(3) 그런데 박○구는 명도집행이 완료된 뒤에도 권리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이 사건 점포 앞길에 쌓여있는 원단 등을 치우지 아니하였다. 오히려 박○구는 2013. 3. 18.부터 같은 해 4. 2.까지 사이에 이 사건 점포 철재셔터를 함부로 뜯어 손괴하기도 하고, 강제집행되어 이 사건 점포 앞길에 쌓여있는 냉장고, 책상 등을 이 사건 점포 안으로 다시 들여놓기도 하였다. 이로 인하여 박○구는 2013. 8. 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물손괴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며, 2013. 8. 30. 같은 법원에서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 등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4) 청구인은 박○구가 이 사건 점포의 임대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박○구에게 수회에 걸쳐 원단 등을 치워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 등을 보냈음에도 박○구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5) 한편 박○구는 1997. 6. 1. 상호 ‘○○상사’, 사업장 소재지 ‘○○빌딩 8’로 하는 사업자등록을 하였다가 2013. 12. 31. 폐업신고를 하였고, 2014. 3. 1. 상호 ‘○○상사’, 사업장 소재지 ‘서울 강서구○○길 ○○’로 하는 사업자등록을 다시 하였다.

(6) 청구인은 2014. 1. 12. 09:30경 인부 3명을 동원하여 이 사건 점포 앞길에 쌓여있는 판매대 2개, 합성 피혁원단 80롤 등을 ○○빌딩 옥상창고로 옮겼다.

(7) 청구인은 2014. 1. 15. 박○구에게 전화하여 원단을 찾아가라고 말하였다. 박○구가 같은 날 “2014. 1. 10. 18:00까지 원단 등이 있었으나, 2014. 1. 15. 09:00경 원단 등을 도난당했다.”는 취지로 도난 신고를 하였다.

(8) 이후 청구인은 김○명에게 이 사건 점포를 임대하였고, 김○명이 2014. 2. 15. 이 사건 점포 앞에 진열대를 설치한 다음 원단 등을 쌓아두었으나, 박○구는 2014. 2. 23. 위 진열대를 해체하고 원단 등을 치운 다음 자신의 원단을 쌓아놓는 등 이번에는 김○명과 박○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은 박○구가 명도집행이 완료된 뒤에도 이 사건 점포 앞길에서 원단판매업을 하였다는 것인바,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박○구가 점포 앞길에 원단을 쌓아 둔 채 한 달에 서너 차례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행위만 하였을 뿐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원단 등을 옮길 당시 박○구가 이 사건 점포 앞길에서 원단판매업을 하고 있었는지 여부이다.

다. 검토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명도집행이 완료된 뒤에도 이 사건 점포 앞길에서 원단판매업을 하였기 때문에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원단판매업무가 방해를 받았다는 박○구의 진술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청구인이 이 사건 점포에 대한 명도판결을 받아 명도집행을 완료한 뒤 박○구의 원단 등을 이 사건 점포 앞길에 쌓아두고 이 사건 점포에 철재셔터를 설치한 점, 박○구는 청구인이 설치한 철재셔터를 뜯어 손괴하고, 강제집행되어 이 사건 점포 밖에 쌓여있는 냉장고, 책상 등을 다시 점포 안으로 들여놓기도 하는 등 청구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명도집행을 당한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점, 박○구는 2013. 12. 31. 이 사건 점포에 대한 폐업신고를 하고도 계속하여 이 사건 점포 앞길에 쌓여있는 원단 등을 방치한 점, 청구인이 원단 등을 옮긴 시점이 박○구의 폐업신고 이후인 점, 박○구는 청구인이 원단 등을 옮기고 3일이 지난 뒤 청구인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박○구는 원단을 판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청구인이 다른 사람에게 이 사건 점포를 임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 사건 점포 앞길에 쌓여있는 원단 등을 방치한 것으로 보이므로, 청구인이 원단 등을 옮길 당시 자신이 이 사건 점포 앞길에서 계속해서 원단판매업을 하고 있었다는 박○구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
결국 청구인과 박○구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이 선뜻 믿기 어려운 박○구의 진술만으로는 청구인이 원단 등을 옮길 당시 박○구가 이 사건 점포 앞길에서 원단판매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사 그 당시 박○구가 몇 회에 걸쳐 원단을 판매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박○구의 원단판매업무를 방해하였는지 여부를 분명히 밝히기 위하여, 박○구 등을 상대로, ① 박○구가 이 사건 점포 앞길에서 어떤 방식으로 원단을 판매하였는지, ② 원단을 새로 구입하고 판매하는 등 통상적인 영업행위를 하였는지, ③ 원단을 판매하기 위하여 매일 출근하였는지, ④ 영업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박○구의 진술만에 근거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중대한 수사 미진 또는 업무방해죄의 법리오해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으며,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