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마88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6년 4월 28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사 건 2015헌마88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임○재
국선대리인 변호사 지미경
피 청 구 인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5. 7. 21.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2015년 형제223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5. 7. 21. 피청구인으로부터 모욕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데(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2015년 형제223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5. 1. 24. 16:30경 전남 해남군 해남읍 ○○리 ○○에 있는 해남군 ○○센터 대강당에서 실시한 ‘해남 ○○회’ 정기총회 회의장에서, 회장인 피해자 김○완이 회칙에 임원(회장)의 임기가 단임제로 되어 있는데 이를 마음대로 연임 및 재임할 수 있다고 변경하였다는 이유로 단상으로 나와 정관을 손에 쥐고 흔들며, “한글도 모르냐, 멍청한 놈아, 법을 좋아하니 법으로 해라”는 등 회원 약 70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말하였다. 이로써 청구인은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며 2015. 8. 3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피의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한글도 모르냐, 멍청한 놈아, 법을 좋아하니 법으로 해라”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피해자의 진술 및 유○순, 강○임, 김○태, 김○, 유○숙, 민○현, 박○심, 오○근, 오○숙, 홍○희의 각 사실확인서의 기재를 종합하면 청구인의 혐의가 인정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해자는 모두 귀농한 사람으로서 전남 해남군 ○○면에 거주하고 있고, 귀농인들의 단체인 ‘해남 ○○회’의 회원이다.
(2) 해남 ○○회는 2013. 1.경 해남군 지역 귀농, 귀촌인 약 460가구 구성원을 그 대상으로 하는 단체로서, 피해자가 임기 2년의 초대 회장에 선출되었다. 그런데 피해자는 단임제로 규정되어 있던 정관을 개정하여 회장에 연임하고자 하였다.
(3) 피해자는 2015. 1. 24. 16:00경 해남군 ○○센터 대강당에서 개최된 해남 ○○회 정기총회에서 회장 연임을 위한 정관 개정 등의 문제에 대하여 발언하였고, 이에 청구인 등 피해자의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회원들이 항의하면서 소란이 발생하여 결국 경찰이 출동하였다.
(4) 피해자는 2015. 2. 9. 해남경찰서에 청구인을 모욕죄로 고소하였고, 피청구인은 2015. 3. 27. 이 사건을 송치받은 후 청구인과 피해자를 상대로 형사조정을 시도하였으나 2015. 5. 20. 불성립되자, 추가조사없이 2015. 7. 21.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쟁점
해남 ○○회 정기총회에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한글도 모르냐, 멍청한 놈아, 법을 좋아하니 법으로 해라”는 말을 하였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그런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사법경찰관의 의견서에 따라 피의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사법경찰관 의견서에서는 ① 청구인이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후 피해자에게 사과하였고, 청구인의 처가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재차 사과하였으나 피해자가 받아주지 아니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수사기록 제170쪽)과 이러한 청구인의 진술을 들었다는 담당 경찰관 작성의 2015. 3. 27.자 수사보고(수사기록 제170쪽), ② 청구인이 단상에서 정관을 들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수사기록 제44쪽), ③ 참고인 민○현 등의 진술을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들고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든 이들 증거가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다. 증거의 신빙성 검토
(1) 피해자는 고소장을 제출한 후 며칠 지나서 청구인을 경찰서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청구인이 좋게 하자면서 술 한잔하자고 제안하여 ○○터미널 앞 ○○에서 함께 차를 마시면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봐달라고 하였고, 청구인의 처 역시 피해자에게 만나자고 전화하여 ○○파출소 앞 ○○슈퍼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청구인을 용서해달라고 하였으나 이를 거절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제92-93쪽), 담당 경찰관은 ‘2015. 3. 26. 15:30경 지문 채취를 위하여 경찰서에 출석한 청구인에게 피해자와 화해하라고 권유하였더니, 청구인이 안그래도 전회 경찰서에 출석하여 피해자를 만나 커피숍에서 사과도 하고 화해를 요청하였으나 피해자가 거절하였고, 청구인의 처 역시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잘못했다고 화해를 요청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였다고 말하였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다(수사기록 제170쪽).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이런 일에 휘말린 것 자체가 동네 창피한 일이니 옛날처럼 형, 동생하면서 재미있게 살자고 이야기하였을 뿐, 청구인이나 청구인의 처가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다고 시인하거나 이를 전제로 피해자에게 화해를 요청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주장한다(청구이유보충서 제6쪽).
만약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피의사실에 대하여 사과하고 화해하고자 하였다면 이는 피의사실 인정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청구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듯한 담당 경찰관 작성의 수사보고서 기재만으로 청구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2) 정기총회의 사회를 본 소○관은 청구인이 정기총회에서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기에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여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고 동영상 촬영하라고 하였고, 누군가가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69쪽). 피청구인은 피해자가 2015. 3. 12. 제출한 사진 2장이 바로 그 현장의 사진이므로 결국 소○관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소○관의 진술과 사진을 종합하여 청구인이 단상에서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청구인은 단상에 나가 피해자가 회장을 하면서 잘못한 일들을 지적하였고, 피해자가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정하려는 정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본래 정관과 피해자가 임의로 작성해온 정관을 들고 흔들면서 발언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수사기록 제39쪽), 청구인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단상 근처에 서 있는 사진이나 단상에서 정관을 들고 발언하는 사진은, 청구인이 총회에 참석하여 정관을 들고서 어떠한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만을 증명해줄 뿐, 청구인이 그 당시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는 될 수 없다.
(3)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사람은 윤○순(수사기록 제6쪽, 제25~26쪽), 강○임(수사기록 7쪽, 제48쪽), 김○태(수사기록 제18쪽, 제54쪽), 오○숙(수사기록 제23쪽, 제57쪽), 김○(수사기록 제17쪽), 박○식(수사기록 제21쪽, 제63쪽), 홍○희(수사기록 제31쪽, 제60쪽), 소○관(수사기록 제69쪽) 등 8명이나, 그 중 강○임, 김○태, 박○식은 이 사건 정기총회 이전에 청구인을 몰랐고,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피해자가 작성하여 온 사실확인서에 서명, 날인하였거나 직접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한다(수사기록 제48, 54, 63쪽). 특히 박○식은 정기총회에서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한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옆에서 말해줘서 청구인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수사기록 제63쪽). 또한, 김○은 피해자의 아들이고, 홍○희는 피해자와 의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이며(수사기록 제60쪽), 박○식은 피해자의 친척이고(수사기록 제63쪽),
윤○순은 청구인이 피해자를 모욕으로 고소하였던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5고정107 사건에서 피해자측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으나, 법원이 윤○순의 증언은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믿기 어렵다고 배척한 바 있다. 소○관은 피해자의 회장 연임에 찬성하는 사람이었다(수사기록 제92쪽). 따라서 위 사람들이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인 증거의 뒷받침없이 이들의 진술만으로 곧바로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수사 초기에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던 민○현, 유○숙, 오○근은 피해자가 사실확인서에 서명해 달라고 하여 서명하였으나 나중에 청구인을 직접 보니 정기총회에서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한 사람이 아니었다면서, 2015. 3. 25.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고소 증인 취하건’을 제출한 사실(수사기록 제108쪽, 제110쪽, 제162쪽, 제166쪽) 및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민○관, 김○희, 조○주, 이○준, 윤○하, 박○열, 김○선, 고○근, 김○수, 임○석, 양○순 등 11명이 청구인이 작성한 증인확인서에 서명한 사실(수사기록 제100쪽)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위 8명의 진술만으로 피의사실을 곧바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4) 이와 같이 동영상 등의 객관적인 증거 혹은 중립적인 증인의 증언이 없는 모욕 사건에서 피해자 및 그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진술만으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모욕하였다고 단정하는 것은, 청구인 및 그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만의 진술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모욕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사미진에 의한 성급한 사실인정이라 할 것이다.
라. 추가적인 조사의 필요
따라서 피청구인은 경찰이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든 증거들을 그대로 인용할 것이 아니라 추가조사를 통하여, ① 청구인과 청구인의 처가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한 것에 대하여 사과하면서 화해를 요청하였는지 피해자와의 대질신문 등을 통하여 밝히고, 담당 경찰관이 청구인으로부터 2015. 3. 27.자 수사보고와 같은 진술을 듣게 된 경위 및 이를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닌 수사보고의 형태로 기록에 편철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하였어야 하며, ② 피해자가 경찰에 제출한 사진 2장의 입수 경위를 확인하고, 청구인이 발언내용을 동영상 촬영한 사실이 있는지 김○, 유○숙 등을 조사하여 동영상을 입수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하며, ③ 관련자들 진술 사이의 모순점은 없는지 등에 대하여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한다. 이에 더하여 피청구인은 ④ 청구인이나 피해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준 사람 이외에도 다수의 회원들이 정기총회 현장에 있었으므로 이들 중 중립적인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⑤ 청구인이 피해자를 고소한 모욕 사건(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5고정107)의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며, ⑥ 정기총회에 출동한 경찰관을 상대로 출동 당시 현장 상황과 관련자들의 언동에 대하여 추가로 조사할 필요도 있었다.
마. 소결
이와 같이 피청구인이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삼은 증거들을 그대로 취신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아무런 추가조사 없이 모욕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수사미진으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으며,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청 구 인 임○재
국선대리인 변호사 지미경
피 청 구 인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5. 7. 21.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2015년 형제223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5. 7. 21. 피청구인으로부터 모욕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데(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2015년 형제223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5. 1. 24. 16:30경 전남 해남군 해남읍 ○○리 ○○에 있는 해남군 ○○센터 대강당에서 실시한 ‘해남 ○○회’ 정기총회 회의장에서, 회장인 피해자 김○완이 회칙에 임원(회장)의 임기가 단임제로 되어 있는데 이를 마음대로 연임 및 재임할 수 있다고 변경하였다는 이유로 단상으로 나와 정관을 손에 쥐고 흔들며, “한글도 모르냐, 멍청한 놈아, 법을 좋아하니 법으로 해라”는 등 회원 약 70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말하였다. 이로써 청구인은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며 2015. 8. 3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피의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한글도 모르냐, 멍청한 놈아, 법을 좋아하니 법으로 해라”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피해자의 진술 및 유○순, 강○임, 김○태, 김○, 유○숙, 민○현, 박○심, 오○근, 오○숙, 홍○희의 각 사실확인서의 기재를 종합하면 청구인의 혐의가 인정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해자는 모두 귀농한 사람으로서 전남 해남군 ○○면에 거주하고 있고, 귀농인들의 단체인 ‘해남 ○○회’의 회원이다.
(2) 해남 ○○회는 2013. 1.경 해남군 지역 귀농, 귀촌인 약 460가구 구성원을 그 대상으로 하는 단체로서, 피해자가 임기 2년의 초대 회장에 선출되었다. 그런데 피해자는 단임제로 규정되어 있던 정관을 개정하여 회장에 연임하고자 하였다.
(3) 피해자는 2015. 1. 24. 16:00경 해남군 ○○센터 대강당에서 개최된 해남 ○○회 정기총회에서 회장 연임을 위한 정관 개정 등의 문제에 대하여 발언하였고, 이에 청구인 등 피해자의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회원들이 항의하면서 소란이 발생하여 결국 경찰이 출동하였다.
(4) 피해자는 2015. 2. 9. 해남경찰서에 청구인을 모욕죄로 고소하였고, 피청구인은 2015. 3. 27. 이 사건을 송치받은 후 청구인과 피해자를 상대로 형사조정을 시도하였으나 2015. 5. 20. 불성립되자, 추가조사없이 2015. 7. 21.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쟁점
해남 ○○회 정기총회에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한글도 모르냐, 멍청한 놈아, 법을 좋아하니 법으로 해라”는 말을 하였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그런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사법경찰관의 의견서에 따라 피의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사법경찰관 의견서에서는 ① 청구인이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후 피해자에게 사과하였고, 청구인의 처가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재차 사과하였으나 피해자가 받아주지 아니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수사기록 제170쪽)과 이러한 청구인의 진술을 들었다는 담당 경찰관 작성의 2015. 3. 27.자 수사보고(수사기록 제170쪽), ② 청구인이 단상에서 정관을 들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수사기록 제44쪽), ③ 참고인 민○현 등의 진술을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들고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든 이들 증거가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다. 증거의 신빙성 검토
(1) 피해자는 고소장을 제출한 후 며칠 지나서 청구인을 경찰서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청구인이 좋게 하자면서 술 한잔하자고 제안하여 ○○터미널 앞 ○○에서 함께 차를 마시면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봐달라고 하였고, 청구인의 처 역시 피해자에게 만나자고 전화하여 ○○파출소 앞 ○○슈퍼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청구인을 용서해달라고 하였으나 이를 거절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제92-93쪽), 담당 경찰관은 ‘2015. 3. 26. 15:30경 지문 채취를 위하여 경찰서에 출석한 청구인에게 피해자와 화해하라고 권유하였더니, 청구인이 안그래도 전회 경찰서에 출석하여 피해자를 만나 커피숍에서 사과도 하고 화해를 요청하였으나 피해자가 거절하였고, 청구인의 처 역시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잘못했다고 화해를 요청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였다고 말하였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다(수사기록 제170쪽).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이런 일에 휘말린 것 자체가 동네 창피한 일이니 옛날처럼 형, 동생하면서 재미있게 살자고 이야기하였을 뿐, 청구인이나 청구인의 처가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다고 시인하거나 이를 전제로 피해자에게 화해를 요청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주장한다(청구이유보충서 제6쪽).
만약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피의사실에 대하여 사과하고 화해하고자 하였다면 이는 피의사실 인정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청구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듯한 담당 경찰관 작성의 수사보고서 기재만으로 청구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2) 정기총회의 사회를 본 소○관은 청구인이 정기총회에서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기에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여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고 동영상 촬영하라고 하였고, 누군가가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69쪽). 피청구인은 피해자가 2015. 3. 12. 제출한 사진 2장이 바로 그 현장의 사진이므로 결국 소○관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소○관의 진술과 사진을 종합하여 청구인이 단상에서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청구인은 단상에 나가 피해자가 회장을 하면서 잘못한 일들을 지적하였고, 피해자가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정하려는 정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본래 정관과 피해자가 임의로 작성해온 정관을 들고 흔들면서 발언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수사기록 제39쪽), 청구인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단상 근처에 서 있는 사진이나 단상에서 정관을 들고 발언하는 사진은, 청구인이 총회에 참석하여 정관을 들고서 어떠한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만을 증명해줄 뿐, 청구인이 그 당시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는 될 수 없다.
(3)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사람은 윤○순(수사기록 제6쪽, 제25~26쪽), 강○임(수사기록 7쪽, 제48쪽), 김○태(수사기록 제18쪽, 제54쪽), 오○숙(수사기록 제23쪽, 제57쪽), 김○(수사기록 제17쪽), 박○식(수사기록 제21쪽, 제63쪽), 홍○희(수사기록 제31쪽, 제60쪽), 소○관(수사기록 제69쪽) 등 8명이나, 그 중 강○임, 김○태, 박○식은 이 사건 정기총회 이전에 청구인을 몰랐고,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피해자가 작성하여 온 사실확인서에 서명, 날인하였거나 직접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한다(수사기록 제48, 54, 63쪽). 특히 박○식은 정기총회에서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한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옆에서 말해줘서 청구인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수사기록 제63쪽). 또한, 김○은 피해자의 아들이고, 홍○희는 피해자와 의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이며(수사기록 제60쪽), 박○식은 피해자의 친척이고(수사기록 제63쪽),
윤○순은 청구인이 피해자를 모욕으로 고소하였던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5고정107 사건에서 피해자측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으나, 법원이 윤○순의 증언은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믿기 어렵다고 배척한 바 있다. 소○관은 피해자의 회장 연임에 찬성하는 사람이었다(수사기록 제92쪽). 따라서 위 사람들이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인 증거의 뒷받침없이 이들의 진술만으로 곧바로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수사 초기에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던 민○현, 유○숙, 오○근은 피해자가 사실확인서에 서명해 달라고 하여 서명하였으나 나중에 청구인을 직접 보니 정기총회에서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한 사람이 아니었다면서, 2015. 3. 25.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고소 증인 취하건’을 제출한 사실(수사기록 제108쪽, 제110쪽, 제162쪽, 제166쪽) 및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민○관, 김○희, 조○주, 이○준, 윤○하, 박○열, 김○선, 고○근, 김○수, 임○석, 양○순 등 11명이 청구인이 작성한 증인확인서에 서명한 사실(수사기록 제100쪽)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위 8명의 진술만으로 피의사실을 곧바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4) 이와 같이 동영상 등의 객관적인 증거 혹은 중립적인 증인의 증언이 없는 모욕 사건에서 피해자 및 그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진술만으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모욕하였다고 단정하는 것은, 청구인 및 그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만의 진술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모욕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사미진에 의한 성급한 사실인정이라 할 것이다.
라. 추가적인 조사의 필요
따라서 피청구인은 경찰이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든 증거들을 그대로 인용할 것이 아니라 추가조사를 통하여, ① 청구인과 청구인의 처가 피해자에게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한 것에 대하여 사과하면서 화해를 요청하였는지 피해자와의 대질신문 등을 통하여 밝히고, 담당 경찰관이 청구인으로부터 2015. 3. 27.자 수사보고와 같은 진술을 듣게 된 경위 및 이를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닌 수사보고의 형태로 기록에 편철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하였어야 하며, ② 피해자가 경찰에 제출한 사진 2장의 입수 경위를 확인하고, 청구인이 발언내용을 동영상 촬영한 사실이 있는지 김○, 유○숙 등을 조사하여 동영상을 입수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하며, ③ 관련자들 진술 사이의 모순점은 없는지 등에 대하여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한다. 이에 더하여 피청구인은 ④ 청구인이나 피해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준 사람 이외에도 다수의 회원들이 정기총회 현장에 있었으므로 이들 중 중립적인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⑤ 청구인이 피해자를 고소한 모욕 사건(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5고정107)의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 말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며, ⑥ 정기총회에 출동한 경찰관을 상대로 출동 당시 현장 상황과 관련자들의 언동에 대하여 추가로 조사할 필요도 있었다.
마. 소결
이와 같이 피청구인이 피의사실 인정의 근거로 삼은 증거들을 그대로 취신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아무런 추가조사 없이 모욕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수사미진으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으며,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