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6헌마598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6년 12월 29일

결정 전문

사 건 2016헌마598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영
대리인 변호사 이선민
피 청 구 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6. 4. 26.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1540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6. 4. 26.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1540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5. 12. 9. 21:00경 서울 강동구 ○○로 ○○(○○동) ○○빌라 관리사무소 내 회의실에서 동대표 회의(이하 ‘이 사건 동대표회의’라 한다)를 하던 중 청구인이 일어나서 먼저 나가려는 것을 피해자 이○진(52세, 여)이 따라 나가면서 불러 제지한다는 이유로 뒤로 돌아서며 손으로 피해자의 몸통 부분을 밀쳐 피해자가 들고 있던 종이 서류가 땅에 떨어졌다. 이로써 청구인은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은 범죄 전력이 없고, 이 사건은 청구인이 제기한 입주자 대표의 횡령 의혹에 대하여 해명을 듣지 않고 퇴장하려는 청구인을 피해자가 막아서면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피해의 정도가 경미한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2016. 7. 2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회의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는 피해자 등으로부터 폭행과 감금을 당하였을 뿐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설사 그 와중에 청구인이 피해자를 한 차례 밀쳤다고 하여도 이는 정당방위 혹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을 뿐 피해자에게 일체의 폭행을 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치는 등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살펴보고, 청구인의 폭행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소극적 저항행위로서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서울 강동구 ○○로 ○○(○○동) ○○빌라의 동대표로서, 김○정을 제외한 다른 동대표들과 평소 관계가 좋지 않았다.

(2) 이 사건 동대표회의의 정식 안건에 대한 논의는 끝나고, 기타 안건으로 전 동대표 회장 홍○식이 자신의 횡령 의혹에 대하여 해명하는 발언을 시작하자, 이 문제를 두고 다른 동대표들과 다툼이 있었던 청구인이 안건에 대한 회의가 끝났으니 나가겠다고 하였으며, 피해자와 이○옥이 청구인과 관련된 내용이므로 듣고 가라고 요구하였으나, 청구인은 이 말을 듣지 않고 혼자 회의장을 빠져나가려 하였다. 이에 피해자, 이○옥, 김○님 세 사람이 청구인을 따라가면서 문을 막아서는 등 청구인이 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하였다.

(3) 한편, 피해자는 청구인을 회의장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과정에서 서류로 청구인의 어깨를 4-5회 때리는 등 폭행하였다는 혐의로 2016. 2. 19.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6236호).

다. 청구인의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1) 피해자는 회의장 밖으로 나가려는 청구인을 따라가면서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요구하자 청구인이 돌아서면서 손으로 자신의 몸통을 밀쳐 손에 들고 있던 서류뭉치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장○훈, 김○님, 이○옥의 각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피해자 등으로부터 폭행과 감금을 당하였을 뿐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
위와 같이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경찰의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이○옥, 장○훈, 김○님의 각 진술서의 기재가 있으나, 이는 모두 피해자 본인이거나 피해자의 언니 등 피해자와는 친분이 있는 반면, 청구인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의 진술들로서 다음에서 보는 증거들에 비추어 선뜻 믿기 어렵다.
반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의 형부인 홍○식의 진술서의 기재와 청구인이 피해자를 고소한 형사사건 경찰의견서 중 피해자의 언니인 이○옥의 진술 부분을 종합하면, 이들은 피해자가 회의장 밖으로 나가려는 청구인을 뒤따라가면서 청구인이 나가지 못하도록 서류로 막자, 청구인이 피해자를 뿌리쳤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들과 피해자의 관계에 비추어 이들이 피해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리가 없으므로 위 각 진술은 모두 신빙성이 있다.

(2) 형법상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고(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86, 83감도535 판결 등 참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방법에는 제한이 없어 직접적, 간접적 수단, 작위, 부작위 모두 가능하다 할 것이나,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이라고 볼 정도의 것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1796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청구인이 회의장 밖으로 나가려 하자 피해자가 청구인을 뒤따라가면서 청구인이 나가지 못하도록 서류로 막았고, 청구인이 이를 뿌리치면서 청구인의 손이 피해자의 몸에 닿아 피해자가 들고 있던 서류가 떨어졌다는 것인바, 청구인의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형법상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위에서 본 믿기 어려운 증거 외에는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사 청구인이 위와 같은 행위가 형법상 폭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그 수단 및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종합하여 그 행위가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11. 7. 28. 2010헌마544; 헌재 2013. 9. 26. 2012헌마562 참조). 특히 상대방의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1992. 3. 10. 92도37, 대법원 2000. 3. 10. 99도4273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청구인은 이 사건 동대표회의에서 평소 관계가 좋지 않던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혼자 회의장을 빠져나가려고 하였는데, 피해자, 이○옥, 김○님 등 여러 사람이 청구인을 쫓아와 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하였고, 피해자가 청구인을 뒤따라오면서 나가지 못하도록 서류로 막자 청구인이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청구인의 손이 피해자의 몸에 닿아 들고 있던 서류가 떨어진 정도에 불과하다. 청구인의 이러한 행위는 그 경위, 목적, 그 수단 및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이 회의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피해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마. 소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관련증거를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나아가 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이 있어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인정될 여지는 없는지 검토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게 폭행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여기에는 수사미진 또는 법 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이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