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5헌바449

농지법 제62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일: 2016년 12월 29일

결정 전문

사 건 2015헌바449 농지법 제62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 구 인 최○환
대리인 변호사 김대영
당 해 사 건 서울북부지방법원 2014과2607 농지법 위반 이의(과태료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주 문]
1. 농지법(2007. 4. 11. 법률 제835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그 소유의 서울 서초구 ○○동에 있는 농지를 화훼업을 하는 사람에게 임대하였다. 서초구청장은 2012. 7. 16. 청구인이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아 처분의무가 발생하였음을 청구인에게 알린 다음, 2013. 11. 1. 농지를 6개월 안에 처분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지정기간이 지나도록 농지를 처분하지 않자, 서초구청장은 2014. 7. 29. 농지법 제62조 제1항 및 농지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을 근거로 농지처분명령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다. 청구인은 위 부과처분에 이의를 제기한 뒤, 관련 재판 계속 중 농지법 제62조 제1항과 농지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당해 법원은 2015. 11. 30.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청구인은 2015. 12. 3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농지법(2007. 4. 11. 법률 제835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및 농지법 시행령(2009. 6. 26. 대통령령 제21565호로 개정된 것) 제75조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농지법(2007. 4. 11. 법률 제835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2조(이행강제금) ① 시장(구를 두지 아니한 시의 시장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1조 제1항(제12조 제2항에 따른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처분명령을 받은 후 제11조 제2항에 따라 매수를 청구하여 협의 중인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기간까지 그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게 해당 농지의 토지가액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농지법 시행령(2009. 6. 26. 대통령령 제21565호로 개정된 것)
제75조(이행강제금의 부과) ③ 법 제62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에 매수를 청구하여 협의 중인 경우
2. 법률 또는 법원의 판결 등에 따라 처분이 제한되는 경우
3. 청구인의 주장
농지법 제62조 제1항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는 예외 사유를 분명히 정하지 않은 채 그 구체적 내용을 하위 법령에 포괄하여 위임하였으므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또 농지법 제62조 제1항은 농지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해당 농지의 토지가액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한다. 획일적으로 이행강제금 부과기준을 규정한 것도 법관으로 하여금 위반행위의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할 수 없게 하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배된다.
농지법 제62조 제1항 및 농지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이 ‘농지처분명령을 받은 농지 소유자가 한국농어촌공사에 매수를 청구하여 협의 중인 경우’ 등에 대해서만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한 것은, 그와 다른 내용의 진지한 노력을 한 농지 소유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농지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다투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때 당사자가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형태로 심판청구를 하는 제도이므로,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은 심판대상이 될 수 없다(헌재 2007. 4. 26. 2005헌바51 참조).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농지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통령령에 관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헌법 제75조는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면서 입법상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도록 함으로써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그 예측 가능성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 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12. 2. 23. 2011헌가13 참조).
농지법 제62조 제1항(다음부터 ‘농지법조항’이라 한다)은 농지처분명령을 받은 농지 소유자가 지정기간까지 그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면서,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농지처분명령을 받은 농지 소유자가 지정기간 안에 해당 농지를 처분하지 못할 사유는 개인 사정에서부터 다른 관련 법률상 제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사정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를 이행강제금 부과 영역에서 배제할 것인지, 농지법조항의 이행강제금 부과 요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하여 농지 소유자의 농지처분명령 이행을 확보할 것인지는 농지 이용ㆍ관리 필요성에 관한 시대적ㆍ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가변적 상황에 대응하여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당한 사유’의 세부 사항을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법률보다 더욱 탄력성 있는 행정입법에 그 내용을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사람이 아니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므로(제6조 제1항), 농지법조항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의 전제가 되는 농지처분이라 함은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넘기는 것을 뜻함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농지법조항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는 ‘정당한 사유’로 예정한 것은 농지 소유자가 그 소유권을 유효하게 이전할 수 없는 장애요소임을 알 수 있다. 위 이행강제금은 농지처분명령 위반을 이유로 이루어지는 간접강제수단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지 소유자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령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농지법조항은 ‘처분명령을 받은 후 제11조 제2항에 따라 매수를 청구하여 협의 중인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라고 하여, 하위법규에 위임할 그 밖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림잡을 수 있는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농지법조항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에는 농지처분명령 이행을 위한 농지 소유자의 구체적 행위가 분명히 있음에도 지정기간 안에 처분을 마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담길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농지처분명령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의 내용을 하위법규에서 정하도록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제도의 취지 및 관련조항을 유기적ㆍ체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대통령령에 위임될 대강의 내용도 예측할 수 있으므로, 농지법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재산권 침해 여부
(1) 헌법재판소는 이미 농지법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헌재 2010. 2. 25. 2008헌바116; 헌재 2010. 2. 25. 2010헌바39등 참조), 그 이유의 요지를 이 사건에 비추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농지법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단순히 농지 소유자의 농지 이용방법에 관한 제한 위반을 바로잡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지 소유자로 하여금 농지를 계속 농업경영에 이용하도록 함과 동시에 비자경농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 자체를 제한하는 데 있다. 즉, 농지 소유자는 농지를 소유함과 동시에 당연히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농지를 소유할 자격 자체가 부정된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헌법 제122조 및 경자유전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121조 제1항에 근거를 둔 것으로서 정당하다. 그리고 농지 소유자격이 없는 사람에 대하여 농지를 처분할 의무를 부과하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나) 농지법은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농지처분의무를 면제하여(제10조 제1항 제1호) 농지처분 강제로 말미암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지처분명령을 통지받은 농지 소유자에게 당해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제11조 제2항). 또한, 농지처분명령을 받은 후 당해 농지의 매수를 청구하여 협의 중인 경우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로 말미암아 지정기간 안에 당해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규정함으로써(제62조 제1항) 농지 소유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한편, 이행강제금이 수차례 부과되어도 계속 농지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반복된 이행강제금 부과로 종국에는 이행강제금 총액이 그 농지 자체의 객관적 가치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농지법조항의 이행강제금은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게 하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지가 농업경영에 이용되지 않는 한 계속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만약 통산부과 횟수나 통산부과 상한액의 제한을 둔다면 농지 소유자 등에게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현상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 이행강제금 부과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행강제금 부과에 통산횟수의 제한이 없다고 하여 농지법조항이 입법자의 재량권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또한, 농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제한되지만,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를 통하여 국민의 안정적 식량생산기반을 유지하고 헌법상 경자유전원칙을 실현한다는 공적 이익이 훨씬 크므로, 농지법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고 있다.
(2)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에 있어서도 여전히 타당하고, 특별히 그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농지법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다.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이행강제금 부과의 전제가 되는 위반행위 태양은 농지처분명령 불이행으로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애초에 법관이 재판에서 재량권을 행사할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위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행강제금에 처하지 않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농지 소유자에게 부과할 이행강제금 액수를 정함에 있어 법원에 구체적 재량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입법형성권 한계를 벗어나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0. 2. 25. 2008헌바98등; 헌재 2010. 2. 25. 2008헌바116 참조).
라. 평등원칙 위배 여부
농지법조항이 일정한 요건 아래 농지처분명령을 어긴 농지 소유자에 대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한 조치가 합당하고 비례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함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따라서 농지법조항이 이행강제금 부과 면제 사유를 불합리하게 규정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도 없다.
5. 결론
농지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농지법 제62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