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5헌마108

재판지연 위헌확인

결정일: 2006년 1월 26일

결정 전문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 건 2005헌마108 재판지연 위헌확인
청 구 인 서
○ 균
국선대리인 변호사 하 창 우
주 문
이 사건 심판 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3. 2. 14. 서울지방법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 2003. 6. 17. 선고 2003노678 판결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다시 상고하였으나 2003. 9. 26. 상고기각되어 현재 그 형의 집행중에 있는 자이다. 청구인은 2004. 3.경 서울고등법원에 위 서울고등법원 2003노678 판결에 대한 재심(서울고등법원 2004재노6호)을 청구하였으나 재심을 청구한 지 1년 가까이 되도록 재심개시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없자, 2005. 1. 27. 주위적으로 형사소송법이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라고 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를, 예비적으로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을 두지 않은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1항을 각 심판 대상으로 하여 위 입법부작위 또는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1항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신체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제4형사부는 이 사건 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인 2005. 3. 16. 결정으로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의 심판 대상은 “형사소송법이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을 ‘상당한 기간 내에’라고 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예비적 청구의 심판 대상은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형사소송법 제435조(재심개시의 결정)
재심의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재심개시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 제27조 제3항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신속한 재판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나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는, 제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기록의 송부를 받은 날로부터 각 4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재심에 관하여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있어 재심청구에 대한 결정이 무한정 지연되고 부당한 구금 상태를 계속되게 할 수 있어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재심개시결정 기간은 개별적인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법률이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으며 판결선고기간을 정하고 있는 법률조항들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므로 재심개시결정 기간을 법률로 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상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없어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거나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고 법원이 이미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 청구에 대한 권리보호이익도 인정할 수 없다. 청구인의 심판 청구는 결과적으로 법원의 재판지연을 심판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재판 소원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
3. 판단
가. 주위적 심판 청구에 대한 판단
(1)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만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89. 3. 17. 89헌마1, 판례집 1, 9, 17; 헌재 1994. 12. 29. 89헌마2, 판례집 6-2, 395, 405; 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 등, 판례집 15-1, 551, 558).
헌법이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 기간에 대해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한 바는 없으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헌법의 해석상 청구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을 “상당한 기간 내에”라고 규정할 입법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2) 신속한 재판은 재판제도의 중요한 이념 중 하나이며 헌법 제27조 제3항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하며, 그 입법에는 다른 사법절차적 기본권에 비하여 폭넓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 특히 신속한 재판을 위해 적정한 판결선고기일을 정하는 것은 법률상 쟁점의 난이도, 개별사건의 특수상황, 접수된 사건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1999. 9. 16. 98헌마75, 판례집 11-2, 364, 371).
따라서 모든 재판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적정한 재판기간을 미리 법률로 규정하기란 매우 곤란할 뿐 아니라 법률이 선고기간을 미리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법률이 정한 기간을 반드시 지킬 것을 강요할 경우 사건에 따라서는 재판의 졸속을 초래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민사소송법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판결선고기간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며(헌재 1999. 9. 16. 98헌마75, 판례집 11-2, 364, 370 참조) 판결선고기간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 사법절차에 대해 어떠한 내용을 규정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에 속할 뿐 아니라, 판결 또는 결정의 선고기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여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므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부터 재판기간을 일률적으로 규정해야할 입법의무가 도출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있어서도 재심청구에 대하여 법원이 일정한 기간 내에 재심개시결정을 하도록 법률로 규정하여야 할 입법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다만 청구인은 이 사건에서 재심개시 여부 결정의 기한을 “상당한 기간 내에”라고 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상당한 기간”이란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원의 심리와 판단에 필요한 적정한 기간”의 의미로 이해되는데, 이와 같은 의미에서 법원이 “상당한 기간 내에” 재판을 하여야 할 의무는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당연한 내용으로서, 법률이 명시적으로 상당한 기간 내에 재판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은 상당한 기간 내에 재판하여야 하며 정당한 이유없이 상당한 기간을 경과하여 재판을 지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 입법부작위와 관련해서 법률이 “상당한 기간 내에”라는 규정을 둔다 하더라도 그것은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통해서 이미 보장되고 있는 내용을 다시 법률에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을 “상당한 기간 내에”라고 규정하여야 할 입법의무가 국가에 대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3) 한편 청구인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이외에 평등권,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의 침해도 주장하고 있으나, 청구인이 기본권 침해의 내용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법원의 재판이 지연됨으로 인해 받게 되는 불이익으로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된 것이며, 평등권과 신체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의 보호하고자 하는 기본권의 내용으로부터 재판기간에 대한 입법의무가 직접 도출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4) 이와 같이 사건 주위적 심판 청구는, 헌법에서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한 바 없고 헌법해석상으로도 청구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구체적인 입법의무가 국가에 대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내용에 대한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
나. 예비적 심판 청구
(1)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해 직접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하므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직접성의 요건이 결여된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판례집 4, 813, 823).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에 대해 규정하지 않아 재심청구에 대한 결정이 무한정 지연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법원이 적정한 기간 내에 재심개시 여부의 결정을 한다면 청구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존재하지 않을 것임에 반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심개시결정의 기한을 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법원이 그 기한을 경과하도록 정당한 사유없이 재심개시 여부의 결정을 하지 않고 재판을 지연한다면 청구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는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부터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구체적인 재판 진행의 경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
(2) 한편 기본권 침해의 구제를 위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후 기본권 침해행위가 배제되어 청구인이 더 이상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불분명한 헌법문제의 해명이나 침해반복의 위험 등을 이유로 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어 부적법하다(헌재 1993. 11. 25. 92헌마169, 판례집 5-2, 489, 493).
그런데 서울고등법원 제4형사부는 이 사건 심판이 청구된 후인 2005. 3. 16. 서울고등법원 2004재노6호로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와는 관계없이 재심청구에 대한 법원의 재판지연으로 인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 상황은 이미 종료하였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예비적 심판 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3) 결국 이 사건 예비적 심판 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고 권리보호이익도 없어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주위적 심판 청구와 예비적 심판 청구가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6. 1. 26.
재 판 장 재 판 관 윤 영 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김 효 종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재 판 관 김 경 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송 인 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주 선 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전 효 숙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이 공 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조 대 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