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일반행정

95구25406

요양불승인처분취소

법원: 서울고법 선고일: 1996년 5월 21일 선고: 선고

판시사항

고속버스 운전기사의 무혈성 대퇴골두괴사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고속버스 운전기사의 무혈성 대퇴골두괴사에 대하여, 의학상 업무와 질병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아니하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보고, 그 질병을 이상 기압으로 인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상 업무상재해인정기준에 불구하고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판결 전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범)
【피 고】 근로복지공단
【주 문】

피고가 1995. 2. 1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아래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는 1990. 11. 15.경부터 소외 주식회사 ○○의 고속버스 운전사로 근무하던 중, 1992. 1. 3. 대전광역시 소재 △병원에서 무혈성 대퇴골두괴사(이하 본건 질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았다.
② 그리하여 위 병원에서 대퇴골두 골수입감압술을 받고 같은 해 11. 11.경까지 통원치료를 받다가, 대전광역시 소재 대전중앙병원으로 옮겨 같은 달 17. 우측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고, 1993. 3. 15. 이번에는 좌측에 치환술을 받고 그 후 통원치료를 받던 중, 1994. 9.경 서울지방노동청장(1995. 5. 1.자로 그 권한이 피고에게 승계되었다)에게 요양승인 신청을 하였다.
③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장은 1995. 2. 10. 본건 질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요양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 고
원고는 1987. 4. 2.경 전 근무지인 소외 중부교통 주식회사에서 무게가 100㎏이나 되는 타이어 교체작업을 하던 중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타이어를 안은 채 엉덩방아를 찧어 엉덩이 부위에 충격을 받았는데, 그 때로부터 시작된 고관절 부위의 통증이 도저히 운전업무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1992. 1. 3. 진찰 결과 이미 본건 질병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는바, 이는 위와 같이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병된 것이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발병된 본건 질병이 그 후 계속적인 운전업무를 수행하면서 대퇴골에 체중 부하가 집중되면서 괴사가 더욱 악화된 것이므로 이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아야 할 것임에도 이를 인정치 않고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서울지방노동청장의 처분은 위법하다.
나. 피 고
원고는 평균근로시간 이하의 시간만 운전업무에 종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속버스 운전업무는 여타의 운전업무보다 힘이 덜 들며, 원고가 입었다는 1987. 4. 2.의 상해로는 본건 질병이 발병될 수 없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에는 이상기압으로 인한 경우에만 본건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원고가 본건 질병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세포 스트레스 축적설에 입각한 것이나 세포 스트레스 축적설은 아직 의학상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여 세포 스트레스 축적설만으로 원고의 운전업무가 본건 질병의 악화를 가져왔다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요양불승인 처분은 적법하다.
3.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4 내지 12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인의 증언, 당원의 의료법인 대전△병원장, 산재의료관리원 대전□□병원장, ◇◇◇◇◇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보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어긋나는 을 제2호증의 기재 부분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① 원고는 1980년경부터 시내버스와 직행버스를 거쳐 1990. 10. 15.경부터는 소외 주식회사 ○○에 입사하여 고속버스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는바, 원고는 대전-전주 간을 하루 편도 7차례씩 운행하고, 1991. 10.경부터는 대전-포항 간을 하루 편도 3차례(가끔 서울-대전 간을 운행하였고, 명절이나 휴일에 교통이 막히면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운전하였다)씩 운전하며 4일 연속근무하고, 2일은 쉬었다.
② 버스는 승용차와는 달리 운전석이 높은 데 비하여 운전석과 조향장치와의 간격이 가까워서 버스 운전사는 곧추 앉은 자세로 오랜 시간 운전하면서 클러치·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를 밟느라고 발을 수직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하중이 대퇴골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③ 원고는 1987. 4. 2. 무게가 100㎏이나 되는 타이어 교체작업을 하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타이어를 안은 채 엉덩방아를 찧어 엉덩이 부위에 충격을 받아 치료를 받으면서 요추부 염좌에 대해서만 치료를 받고, 엉덩이 부위의 통증은 그리 심하지가 않아서 가벼운 신경통 정도로 알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
④ 그런데 그 후로 고관절 부위에 뻐근한 통증을 느끼고, 특히 교통체증 등으로 장시간 운전을 하면 간헐적으로 마비증상도 있었고, 1991년 초경부터는 길을 가다가 오른쪽 다리의 통증으로 주저앉은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1991. 9.경에는 위 회사 전주터미널에 위치한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오른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도저히 차를 운전할 수가 없어서 다른 버스로 대전으로 돌아와 사우나로 찜질을 하고 침을 맞는 등의 치료를 받았다.
⑤ 그 후 추석과 연휴 등으로 평상시보다 더욱 격무에 시달리고 난 뒤, 같은 해 11.경부터는 양쪽 고관절의 심한 통증으로 다리를 들어 브레이크나 엑셀레이터를 조작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고, 급기야는 1991. 12. 31. 19:00경 통증이 심해져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1992. 1. 3. 위와같이 본건 질병의 진단을 받고는, 같은 달 4.부터 같은 해 7. 10.까지 휴직을 한 채 위와 같이 치료를 받았고, 그래도 낫지 않아 휴직기간이 만료되면서 위 회사를 사직하고는 계속 치료를 받았다.
⑥ 본건 질병은 대퇴골두의 골조직이 점점 괴사하는 질병으로 비교적 명확한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증후성 괴사와 원인불명의 특발성 괴사로 나뉘는데, 증후성 괴사의 원인으로는 대퇴골 경부골절, 외상성 고관절탈구 등의 외상성(外傷性)으로 인한 것, 잠수병·겸상적혈구증(鎌狀赤血球症) 등의 전색성(栓塞性)으로 인한 것, 방사선 조사로 인한 것 등이 있으며, 특발성 괴사는 부신 피질호르몬 투여와 장기간 음주 등이 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현재는 원인이 많이 밝혀져 특발성 괴사는 전체의 10% 내지 20% 정도이다.
⑦ 또한 위와 같은 여러 발생원인으로 괴사가 진행되어가는 과정인 발생 기전(pathologic progress)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어떤 원인에 의해 골두로의 혈관이 막혀서 괴사가 생기는 경색(梗塞), 대퇴골두의 괴사 부위나 연골하골 부위에 미세한 지방색전이 관찰되는 것을 근거로 한 지방(脂肪) 색전, 각종 원인적 인자에 의해 병적 상태에 빠진 골조직에 추가로 스트레스가 가해지거나, 혹은 작은 스트레스가 쌓여 어느 선을 넘게 되면 골세포의 괴사가 일어난다는 세포 스트레스 축적, 피질 골내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이로 인해 혈관이 압박되어 혈류가 감소된다는 점진적 허혈(虛血) 등이 발생 기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⑧ 그리고 본건 질병은 초기부터 발작적인 통증이 수반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초기에는 가벼운 스트레스증의 통증만을 느낄 뿐이고 안정을 취하면 증세가 가벼워지므로 염좌 내지 좌골신경통으로 오진되기 쉽다가, 초기의 괴사부분에 압력이 증가되면 괴사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대되기 쉽고 광범위한 괴사로 발전되면 안정을 취하여도 일상거동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통증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골두에 변형까지 일어나는 등 큰 기능장애를 남기게 된다.
나.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1980년경부터 버스 운전사로 근무해오면서 높은 운전석, 운전석과 조향장치와의 좁은 간격 등으로 말미암아 허리를 세워 꼿꼿한 자세로 앉아 운전업무에 종사함으로써 대퇴골 부분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많은 압력을 받아 왔고, 1987. 4. 2.경 타이어를 안은 채 엉덩방아를 찧은 이후로는 대퇴골 부분에 통증을 느끼면서 통증이 점점 악화되어 1991. 9.경에는 극심한 통증에 운전을 중단하고 찜질, 침 등의 치료를 받았고, 그 후에도 계속 운전업무에 종사하다가 결국에는 운전을 중단하고 정확한 병명을 알고는 치료에 전념해 왔는바, 이는 위와 같은 대퇴골에로의 하중 집중과 충격으로 대퇴골두의 골조직이 병적 상태에 빠지고, 그 후에도 계속 운전업무에 종사함으로써 추가로 스트레스가 가해지거나 혹은 작은 스트레스가 쌓여 어느 선을 넘게 되자 골세포의 괴사가 일어났다고 추단할 수 있고, 설사 대퇴골두의 골조직이 병적 상태에 빠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운전사의 경우에는 본건 질병과는 무관한 운전업무이지만 원고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운전업무 수행이 이미 병적 상태에 빠진 골조직에 스트레스로 가해져 괴사가 발생하였고, 발병 후에도 계속적인 운전으로 더욱 촉진되었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세포 스트레스 축적설이 아직은 의학계에서 발생 기전의 한 가설로만 주장되고 있을 뿐이어서 이것만으로는 본건 질병과 업무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 할 것이어서( 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누7935호 판결 참조), 위 인정과 같은 원고의 운전업무에의 종사기간과 업무내용, 대퇴골의 통증 발생 경위와 통증의 진행과정, 운전업무를 중단하게 된 경위, 세포스트레스 축적설의 내용 등에 의할 때 본건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는 추단할 수 있다.
또한 피고는 무혈성골괴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상 이상 기압으로 인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에 관한 시행규칙은 그 규정의 성질과 내용이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데 불과한 것이어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기에 위 규칙에 구애됨이 없이 위와 같이 본건 질병과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면 본건 질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규홍(재판장) 강신섭 양승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