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법원
민사
97가합4653
손해배상(기)
법원: 부산지법 동부지원
선고일: 1998년 10월 23일
선고: 선고
판시사항
실명확인이 이루어지고 만기가 정하여진 목적식 예금에 대하여 예금주 이외의 자가 중도해지 신청을 한 경우, 그에 대한 예금지급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금융기관이, 실명확인이 이루어지고 만기가 정하여진 목적식 예금에 대한 통장과 인장을 소지하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예금주 이외의 자에게 예금액을 수령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서 중도해지신청을 받아들여 예금을 인출하여 준 경우, 예금액이 고액이며, 만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고, 평소에 그 예금을 관리하는 자로 인식된 바도 없다면, 금융기관으로서는 비록 그가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대리권을 증명할 서류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예금주 본인에게 연락하여 진정한 해지의사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위반하여 예금을 인출하여 준 것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470조
참조판례
판결 전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만호)
【피 고】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대외 1인)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6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7. 27.부터 1998. 10. 23.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2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7. 25. 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 갑 제6호증의 1, 2, 3, 을 제1호증의 1, 2, 4,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 8호증, 을 제4호증의 2, 3, 을 제6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을 제6호증의 2, 3의 각 기재중 믿지 않는 부분 제외)와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6호증의 2, 3의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1997. 1. 25. 피고 회사 동래지점에서 원고 명의로 만기 1년, (계좌번호 1 생략)인 낙동강사랑 공사채 5호 투자신탁예금(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고 한다)을 직접 개설하면서 금 100,000,000원을 입금하고, 같은 날 위 예금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실명확인을 마쳤는데, 위 예금은 수익증권저축으로서 금액한도와 입출금이 자유로운 임의식 예금이 아니라 만기와 저축금액이 정하여져 있는 목적식, 거치식 예금에 해당한다.
(2) 그런데 원고는 자기보다 12년 연하의 남자로서 이미 이혼경력이 있는 공소외 1과 1994. 4.경 알게 되어 1996. 3. 14.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위 공소외 1은 별다른 직업이 없이 원고가 오랫동안 여관운영 등으로 번 돈으로 생활하면서도 외간여자와의 불륜행위를 저지르고, 이를 따지는 원고에게 오히려 자주 폭행을 가하는 등으로 부부 사이가 좋지 않던 중, 위 공소외 1이 1997. 7. 25. 원고가 외출하고 없는 틈을 이용하여 가출하면서 원고 명의의 이 사건 예금통장 및 피고 회사에 신고된 원고의 거래인감(및 금 100,000,000원 및 금 3,160,000원이 각 입금된 동남은행 예금통장 2개와 그 거래인감)을 몰래 가지고 나와서는, 같은 날 피고 회사 위 지점에서 출금표용지에 원고 명의로 서명하고 거래인감을 찍고 예전에 원고와 함께 피고 회사에 가면서 알게 된 이 사건 예금의 비밀번호(6000)를 기재하여 작성한 금 100,000,000원의 출금표(을 제1호증의 3)와 이 사건 예금통장과 함께 피고 회사에 제출하면서 이 사건 예금에 대한 중도해지를 신청하였다.
(3) 그러자 위 지점의 창구직원인 소외 2는 인출청구금액이 피고 회사 내부기준상 대리전결사항인 금 10,000,000원 이상이라 담당대리인 소외 3에게 의견을 구하였는데, 위 소외 3은 위 공소외 1로부터 자신이 원고의 남편으로서 사업상 자금이 급히 필요하여 중도해지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위 공소외 1이 이전에 피고 회사에 와서 이 사건 예금과 관련한 행위를 한 적이 없고 원고 명의의 위임장이나 신분증 등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는데도 예금명의자인 원고에게 전화통화 등으로 진정한 중도해지의사의 유무를 실제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위 소외 2더러 위 공소외 1에게 이미 예금된 원금 100,000,000원을 모두 인출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위 소외 2는 위 원금 전액을 위 공소외 1이 지정하는 그 명의의 농업협동조합 예금계좌(계좌번호 2 생략)으로 송금처리하여 주었다.
(4) 그 다음날인 1997. 7. 26. 원고가 위 공소외 1의 무단인출 사실을 알고 위 지점에 찾아가 항의하면서 위 예금을 예금명의자로서 중도해지하니 원고 앞으로 원금 100,000,000원을 지급하여 달라고 청구하였으나 위 지점에서는 위 공소외 1에게 이미 지급하였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원고는 이 사건 예금구좌 개설 당시 피고 금고와의 사이에 원고본인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중도해지 내지 인출을 금지하도록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받아 들이지 아니한다).
나. 판 단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1993. 8. 12.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로서 1997. 12. 31. 법률 제5493호인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로 이른바 대체입법되어 그 내용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이 시행된 후에는 금융기관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민등록증을 통하여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를 거래자로 보아 그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가 직접 피고 회사에 가서 이 사건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의 명의로 실명확인까지 마친 이상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는 원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 회사는 위 공소외 1의 중도해지신청에 따라 이 사건 예금원금 100,000,000원을 위 공소외 1에게 인출하여 주었다는 이유로 그 후 원고의 중도해지를 원인으로 한 지급청구를 거절(채무불이행)하는데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예금주인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약관에 의한 면책의 항변
(1) 피고는, 위 공소외 1이 원고의 신고된 인감을 날인하고 비밀번호를 기재한 출금표와 원고의 예금통장을 제출하여 피고 회사가 신고된 인감 및 비밀번호와 일치함을 확인하고 위 공소외 1에게 출금하여 주었고, 피고 회사의 수익증권저축약관 제15조에 의하면 "인영이 신고인감과 일치한다고 인정하여 저축재산에 대한 권리행사에 응한 때에는 회사가 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에 되어 있으므로, 피고 회사의 인출행위는 위 약관에 의하여 면책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2) 그러므로 살피건대, 을 제3, 8, 11호증, 을 제6호증의 1, 3의 각 기재와 위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예금에 적용되는 위 약관 제15조에 피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면책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사실, 한편 위 공소외 1은 이 사건 인출일인 1997. 7. 25. 동남은행 동래지점에도 가서 위와 같이 함께 절취하여 있던 원고 명의의 금 100,000,000원이 입금되어 있던 위 은행 정기예금통장과 그 거래인감 및 이미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그 중 금 30,000,000원을 인출하려 하였으나, 위 은행 직원으로부터 정기예금의 경우 예금주 본인이 아니면 인출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 인출을 포기한 사실, 그런데 위 동남은행에서는 만기가 정하여진 금전신탁거래의 경우, 그 약관에 중도해지시에는 위탁자와 수탁자의 연서로써 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며, 한편 위 공소외 1이 위 중도해지 당시 원고의 신분증이나 위임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피고 회사의 약관 조항이 예금명의자의 남편이 예금통장, 인장 및 비밀번호를 제시하고 '만기 전'에 이 사건 예금을 중도해지하는 것을 받아들여 인출하여 준 경우까지 면책된다는 취지인지는 명확하지 아니하며, 설사 만기 전 중도해지의 경우에 위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위 면책조항이 피고 회사가 통상의 주의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예금주의 의사에 반하여 인출하여 준 경우까지 피고 회사의 면책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예금은 만기가 정하여져 있어(위 해지 당시 만기일인 1998. 1. 25.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 기간 내에는 원칙적으로 해지를 하지 아니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인데다가 그 예탁액이 100,000,000원의 거액인데도 피고 회사가 위 예금개설시 직접 실명확인하였던 예금주인 원고에게 전화통화 등으로 예금계약 해지의사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평소 이 사건 예금을 관리하지도 아니하여 피고 회사에 인식되어 있지도 아니한데다가 원고 명의의 위임장, 신분증 등 대리권을 증명할 만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위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만연히 해지하여 준 것은 통상의 주의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피고 주장대로 위 공소외 1이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부관계임을 나타낼 뿐 그것이 위 예금을 적법하게 중도해지할 대리권이 있다는 것까지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위 면책조항을 내세워 피고 회사의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항변
(1) 피고는,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이 예금통장, 인감을 소지하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위 공소외 1에게 선의, 무과실로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한 행위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원고에 대하여도 유효하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위와 같이 위 공소외 1이 예금통장, 인감을 소지하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채권자로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하는 외관을 가지는 채권의 준점유자로 볼 수는 있겠으나, 피고 회사가 위 공소외 1의 해지행위를 원고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 믿고 그에게 인출하여 준 것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위 항변도 이유 없다.
다. 과실상계 항변
다음으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예금의 통장, 인감, 비밀번호를 잘못 관리한 과실이 있고 그 비율이 90% 이상이 된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원고는 위 통장 등의 절취사건이 있기 전부터 위 공소외 1로부터 수회 구타를 당하는 등으로 위 공소외 1과의 사이가 좋지 않던 상태이었던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그러한 경우라면 원고에게는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예금통장, 인감 등의 보관에 주의를 기울이고 비밀번호가 위 공소외 1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할 어느 정도의 의무가 요구되고, 원고가 이러한 의무를 다소 게을리한 과실이 위 인출행위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것이나, 다만 그 과실의 정도는 피고 회사의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을 면책시킬 정도는 되지 못하므로 피고 회사의 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20% 정도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라. 금 67,000,000원 공제의 항변
피고는, 원고가 위 공소외 1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금 67,000,000원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금액만큼 원고의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원고가 위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손해배상의 일부변제조로 금 17,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으나, 원고가 위 금액을 초과하여 위 공소외 1로부터 금 67,000,000원을 모두 현실로 지급받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6호증의 2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에서 위 금 17,000,000원이 공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도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손해의 범위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구체적 손해액에 관하여 보건대, 이는 피고 회사가 위 공소외 1에게 지급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지급을 거절한 위 금 100,000,000원에서 원고의 과실비율인 위 20%에 해당하는 금 20,000,000원(=100,000,000원×0.2)을 공제한 나머지 금 80,000,000원(=100,000,000-20,000,000)에서, 다시 원고가 위 공소외 1로부터 일부 배상받은 위 금 17,000,000원을 공제한 금 63,000,000원(=80,000,000원-17,000,000원)이라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 6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다음날인 1997. 7. 27.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1998. 10.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희장(재판장) 오문기 권영문
【피 고】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대외 1인)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6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7. 27.부터 1998. 10. 23.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2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7. 25. 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 갑 제6호증의 1, 2, 3, 을 제1호증의 1, 2, 4,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 8호증, 을 제4호증의 2, 3, 을 제6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을 제6호증의 2, 3의 각 기재중 믿지 않는 부분 제외)와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6호증의 2, 3의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1997. 1. 25. 피고 회사 동래지점에서 원고 명의로 만기 1년, (계좌번호 1 생략)인 낙동강사랑 공사채 5호 투자신탁예금(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고 한다)을 직접 개설하면서 금 100,000,000원을 입금하고, 같은 날 위 예금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실명확인을 마쳤는데, 위 예금은 수익증권저축으로서 금액한도와 입출금이 자유로운 임의식 예금이 아니라 만기와 저축금액이 정하여져 있는 목적식, 거치식 예금에 해당한다.
(2) 그런데 원고는 자기보다 12년 연하의 남자로서 이미 이혼경력이 있는 공소외 1과 1994. 4.경 알게 되어 1996. 3. 14.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위 공소외 1은 별다른 직업이 없이 원고가 오랫동안 여관운영 등으로 번 돈으로 생활하면서도 외간여자와의 불륜행위를 저지르고, 이를 따지는 원고에게 오히려 자주 폭행을 가하는 등으로 부부 사이가 좋지 않던 중, 위 공소외 1이 1997. 7. 25. 원고가 외출하고 없는 틈을 이용하여 가출하면서 원고 명의의 이 사건 예금통장 및 피고 회사에 신고된 원고의 거래인감(및 금 100,000,000원 및 금 3,160,000원이 각 입금된 동남은행 예금통장 2개와 그 거래인감)을 몰래 가지고 나와서는, 같은 날 피고 회사 위 지점에서 출금표용지에 원고 명의로 서명하고 거래인감을 찍고 예전에 원고와 함께 피고 회사에 가면서 알게 된 이 사건 예금의 비밀번호(6000)를 기재하여 작성한 금 100,000,000원의 출금표(을 제1호증의 3)와 이 사건 예금통장과 함께 피고 회사에 제출하면서 이 사건 예금에 대한 중도해지를 신청하였다.
(3) 그러자 위 지점의 창구직원인 소외 2는 인출청구금액이 피고 회사 내부기준상 대리전결사항인 금 10,000,000원 이상이라 담당대리인 소외 3에게 의견을 구하였는데, 위 소외 3은 위 공소외 1로부터 자신이 원고의 남편으로서 사업상 자금이 급히 필요하여 중도해지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위 공소외 1이 이전에 피고 회사에 와서 이 사건 예금과 관련한 행위를 한 적이 없고 원고 명의의 위임장이나 신분증 등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는데도 예금명의자인 원고에게 전화통화 등으로 진정한 중도해지의사의 유무를 실제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위 소외 2더러 위 공소외 1에게 이미 예금된 원금 100,000,000원을 모두 인출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위 소외 2는 위 원금 전액을 위 공소외 1이 지정하는 그 명의의 농업협동조합 예금계좌(계좌번호 2 생략)으로 송금처리하여 주었다.
(4) 그 다음날인 1997. 7. 26. 원고가 위 공소외 1의 무단인출 사실을 알고 위 지점에 찾아가 항의하면서 위 예금을 예금명의자로서 중도해지하니 원고 앞으로 원금 100,000,000원을 지급하여 달라고 청구하였으나 위 지점에서는 위 공소외 1에게 이미 지급하였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원고는 이 사건 예금구좌 개설 당시 피고 금고와의 사이에 원고본인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중도해지 내지 인출을 금지하도록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받아 들이지 아니한다).
나. 판 단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1993. 8. 12.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로서 1997. 12. 31. 법률 제5493호인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로 이른바 대체입법되어 그 내용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이 시행된 후에는 금융기관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민등록증을 통하여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를 거래자로 보아 그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가 직접 피고 회사에 가서 이 사건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의 명의로 실명확인까지 마친 이상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는 원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 회사는 위 공소외 1의 중도해지신청에 따라 이 사건 예금원금 100,000,000원을 위 공소외 1에게 인출하여 주었다는 이유로 그 후 원고의 중도해지를 원인으로 한 지급청구를 거절(채무불이행)하는데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예금주인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약관에 의한 면책의 항변
(1) 피고는, 위 공소외 1이 원고의 신고된 인감을 날인하고 비밀번호를 기재한 출금표와 원고의 예금통장을 제출하여 피고 회사가 신고된 인감 및 비밀번호와 일치함을 확인하고 위 공소외 1에게 출금하여 주었고, 피고 회사의 수익증권저축약관 제15조에 의하면 "인영이 신고인감과 일치한다고 인정하여 저축재산에 대한 권리행사에 응한 때에는 회사가 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에 되어 있으므로, 피고 회사의 인출행위는 위 약관에 의하여 면책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2) 그러므로 살피건대, 을 제3, 8, 11호증, 을 제6호증의 1, 3의 각 기재와 위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예금에 적용되는 위 약관 제15조에 피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면책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사실, 한편 위 공소외 1은 이 사건 인출일인 1997. 7. 25. 동남은행 동래지점에도 가서 위와 같이 함께 절취하여 있던 원고 명의의 금 100,000,000원이 입금되어 있던 위 은행 정기예금통장과 그 거래인감 및 이미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그 중 금 30,000,000원을 인출하려 하였으나, 위 은행 직원으로부터 정기예금의 경우 예금주 본인이 아니면 인출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 인출을 포기한 사실, 그런데 위 동남은행에서는 만기가 정하여진 금전신탁거래의 경우, 그 약관에 중도해지시에는 위탁자와 수탁자의 연서로써 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며, 한편 위 공소외 1이 위 중도해지 당시 원고의 신분증이나 위임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피고 회사의 약관 조항이 예금명의자의 남편이 예금통장, 인장 및 비밀번호를 제시하고 '만기 전'에 이 사건 예금을 중도해지하는 것을 받아들여 인출하여 준 경우까지 면책된다는 취지인지는 명확하지 아니하며, 설사 만기 전 중도해지의 경우에 위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위 면책조항이 피고 회사가 통상의 주의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예금주의 의사에 반하여 인출하여 준 경우까지 피고 회사의 면책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예금은 만기가 정하여져 있어(위 해지 당시 만기일인 1998. 1. 25.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 기간 내에는 원칙적으로 해지를 하지 아니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인데다가 그 예탁액이 100,000,000원의 거액인데도 피고 회사가 위 예금개설시 직접 실명확인하였던 예금주인 원고에게 전화통화 등으로 예금계약 해지의사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평소 이 사건 예금을 관리하지도 아니하여 피고 회사에 인식되어 있지도 아니한데다가 원고 명의의 위임장, 신분증 등 대리권을 증명할 만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위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만연히 해지하여 준 것은 통상의 주의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피고 주장대로 위 공소외 1이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부관계임을 나타낼 뿐 그것이 위 예금을 적법하게 중도해지할 대리권이 있다는 것까지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위 면책조항을 내세워 피고 회사의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항변
(1) 피고는,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이 예금통장, 인감을 소지하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위 공소외 1에게 선의, 무과실로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한 행위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원고에 대하여도 유효하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위와 같이 위 공소외 1이 예금통장, 인감을 소지하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채권자로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하는 외관을 가지는 채권의 준점유자로 볼 수는 있겠으나, 피고 회사가 위 공소외 1의 해지행위를 원고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 믿고 그에게 인출하여 준 것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위 항변도 이유 없다.
다. 과실상계 항변
다음으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예금의 통장, 인감, 비밀번호를 잘못 관리한 과실이 있고 그 비율이 90% 이상이 된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원고는 위 통장 등의 절취사건이 있기 전부터 위 공소외 1로부터 수회 구타를 당하는 등으로 위 공소외 1과의 사이가 좋지 않던 상태이었던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그러한 경우라면 원고에게는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예금통장, 인감 등의 보관에 주의를 기울이고 비밀번호가 위 공소외 1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할 어느 정도의 의무가 요구되고, 원고가 이러한 의무를 다소 게을리한 과실이 위 인출행위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것이나, 다만 그 과실의 정도는 피고 회사의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을 면책시킬 정도는 되지 못하므로 피고 회사의 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20% 정도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라. 금 67,000,000원 공제의 항변
피고는, 원고가 위 공소외 1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금 67,000,000원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금액만큼 원고의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원고가 위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손해배상의 일부변제조로 금 17,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으나, 원고가 위 금액을 초과하여 위 공소외 1로부터 금 67,000,000원을 모두 현실로 지급받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6호증의 2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에서 위 금 17,000,000원이 공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도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손해의 범위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구체적 손해액에 관하여 보건대, 이는 피고 회사가 위 공소외 1에게 지급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지급을 거절한 위 금 100,000,000원에서 원고의 과실비율인 위 20%에 해당하는 금 20,000,000원(=100,000,000원×0.2)을 공제한 나머지 금 80,000,000원(=100,000,000-20,000,000)에서, 다시 원고가 위 공소외 1로부터 일부 배상받은 위 금 17,000,000원을 공제한 금 63,000,000원(=80,000,000원-17,000,000원)이라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 6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다음날인 1997. 7. 27.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1998. 10.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희장(재판장) 오문기 권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