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형사

2007코22

형사보상

법원: 서울고법 선고일: 2008년 1월 15일 선고: 자

판시사항

형사보상법 제7조가 보상청구의 기한을 일률적으로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1년 이내로 규정한 것은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원칙, 평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제청을 결정한 사례

판결요지

형사보상법 제7조가 보상청구의 기한을 일률적으로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1년 이내로 규정함으로써, 무죄재판을 받은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그 확정일부터 1년을 경과하였다고 하여 형사보상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정한 평등의 원칙과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보아 위헌심판제청을 결정한 사례.

참조조문

형사보상법 제7조,
헌법 제11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판결 전문

【청 구 인】
【무죄판결】 서울고법 1999. 2. 5. 선고 98재노10 판결
【결 정 일】2008. 1. 15.
【주 문】
위 사건에 관하여
형사보상법 제7조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사건의 경과 및 재심절차의 진행
청구인은 1980. 5. 27.경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연행되어 1980. 7. 29. 영장집행 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전교사계엄보통군법회의 1980. 10. 25. 선고 80보군형공119, 120(병합), 121(병합), 45(병합), 53(병합), 102(병합), 138(병합) 판결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그 항소심인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 1980. 12. 29. 선고 80고군형항456 판결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그 상고심인
대법원 1981. 3. 31. 선고 81도426 판결에서 상고가 기각되었다.

한편, 청구인은 1982. 12. 24.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고,
이 법원 98재노10호로 개시된 위 사건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이 법원이 1999. 2. 5.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청구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여 그 무렵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의 주장 및 이 사건 형사보상의 청구
청구인이 속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에서 청구인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위 재심을 청구하였고, 청구인의 출석 없이 진행된 위 재심절차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는바, 청구인은 2007. 7. 9. 서울고등검찰청에 판결문 등사를 신청하면서 비로소 그와 같이 재심청구가 있었던 사실 및 재심 재판의 결과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사실이 있고 그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재판이 있었으므로 형사보상금으로, 청구인이 실제로 연행되어 구금된 1980. 5. 27.부터 석방된 1982. 12. 24.까지 941일에 대하여 도시일용노임 39,383원의 5배에 해당하는 금 185,297,015원(도시일용노임 39,383원×5배×941일)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하면서 2007. 10. 9. 이 법원에 이 사건 신청을 하였다.
2. 위헌제청대상 법률조항
가. 신청대상조문
형사보상법 제7조(보상청구의 기한) 보상의 청구는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1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

나. 재판의 전제성
청구인은 무죄재판이 확정된 위 재심판결이 있은 이후 1년을 초과하여 이 사건 신청을 하고 있는바,
형사보상법 제13조가
같은 법 제7조의 기간 경과 후에 보상을 청구하였을 때에는 이를 각하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이 사건 형사보상청구의 인용 여부가 달라지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

3.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입법연혁 등
일제 강점기에 조선형사령에 의하여 일본의 형사보상법이 의용되다가 현행 형사보상법이 1958. 8. 13. 법률 제494호로 제정되었는바, 보상요건으로 형사소송법에 의한 일반절차 또는 재심이나 비상상고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은 자가 미결구금을 당하였을 것을 규정하고(
법 제1조 제1항), 보상의 내용으로 구금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는 그 일수에 따라 1일 5,000원 이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하의 비율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하되, 구금의 종류 및 기간의 장단, 기간 중에 받은 재산상의 손실과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 또는 정신상의 고통과 신체상의 손상, 경찰ㆍ검찰ㆍ법원의 각 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법 제4조 제1항,
제2항).

한편, 일본의 형사보상법은 대체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보상청구의 기간을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3년 이내’로 규정하여(일본 형사보상법 제7조)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1년 이내’인 우리나라의 경우와 기간이 다르다.
이러한 보상청구의 기간의 법률적 성질은 제척기간으로 볼 것인바, 제척기간은 일정한 기간의 만료로써 당연히 권리의 소멸을 가져오게 하는 제도, 즉 권리행사의 가능 여부를 불문하고 일정기간에 걸쳐서 권리가 행사되지 않는 경우에 그 권리를 확정적으로 소멸시키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므로 시효기간의 중단ㆍ정지와 같은 법리는 적용될 수 없으며,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기간이 경과되어 제기된 소에 대하여 직권으로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대법원 1981. 2. 10. 선고 79다2052 판결 등). 따라서 청구인이 무죄재판을 받고도 귀책사유 없이 확정일로부터 1년을 경과하여 버린 경우 아무런 예외 없이
법 제13조에 따라 보상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

나. 재산권 등의 침해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헌법 제11조 제1항은 평등권의 본질적 내용을 각 보장하는 한편,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하는 데에 지켜야 할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보면,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여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 제365조), 이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절차에 준용된다(
형사소송법 제458조 제2항). 그런데 유죄로 확정된 항소심판결에 의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마쳤으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각 호의 재심사유로 인한 재심절차나 구속 후 발령된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의 출석 없이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무죄가 선고된 경우 미결구금일수에 대한 형사보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의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확정 당시 기록이 있는 법원은 재판서 등본과 확정증명서를 작성하여 송부하는 동시에 형사보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도 고지하기는 하나{
형사재판서 등본 송부 및 확정통보 등에 관한 예규(재판예규 제910호) 제7조}, 그 사유가 어떠하든 피고인이 그러한 통지를 수령하지 못하는 등 재판의 결과를 알지 못한 채 그 확정일로부터 1년을 경과하여 버린 경우 예외 없이 아무런 형사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형사보상청구 없이 무죄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이를 모르거나 간과한 채 그 확정일로부터 1년을 경과함으로써 형사보상을 받을 길이 막혀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형사보상법은 무죄의 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미결구금일수에 상응하는 소정의 금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보상법은 보상을 받을 자가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함을 금하지 아니하고, 보상을 받을 자가 동일한 원인에 대하여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받았을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액수가 형사보상법에 의하여 받을 보상금의 액수와 동일하거나 또는 이를 초과할 때에는 보상하지 아니하며, 그 손해배상의 액수가 형사보상법에 의하여 받을 보상금의 액수보다 적을 때에는 그 금액을 공제하고 보상금의 액수를 정하여야 하고,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동일한 원인에 대하여 형사보상법에 의한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공제하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
법 제5조). 또한, 상속인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
법 제2조), 형사보상을 청구한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보상청구의 중단 및 승계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어(
법 제18조), 이들 규정에 비추어 보면, 형사보상은 그 성격상 손해배상의 일종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인데, 다만 수사나 재판 절차에서의 구금은 형사사법작용의 하나로서 결과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도 미결구금에 대한 손해배상의 일반 절차에서 수사나 재판 절차의 위법성 또는 고의ㆍ과실의 입증이 어려운 만큼 그러한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간편하게 미결구금일수에 대하여 일정액의 범위 내에서 보상한다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사보상에 관한 권리는 법률이 정한 것으로서 무죄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확정적인 재산권의 일종이라 할 것인데, 앞서 든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의사나 귀책사유에 관한 고려도 없이 일률적으로 그 무죄재판의 확정일로부터 단기에 해당하는 1년의 경과로 이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이는
헌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모른 채 1년을 경과하여 버린 형사보상청구권자의 재산권 행사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약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정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볼 것이다(
헌재 1998. 8. 27. 96헌가22 결정 등 참조).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사보상을 받을 권리가 재산권의 일종이므로 형사보상제도나 그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무죄재판을 받은 피고인 등의 귀책사유 없이 그 확정일로부터 1년을 경과하였다고 하여 그에 대한 추후 보완이나 기타 구제 방법이 강구되지 않은 채 형사보상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형사보상청구권과 직접적 이해관계있는 당사자는 국가밖에 없다고 할 것이어서 무죄판결을 받은 자의 형사보상청구권을 희생시키는 대신 형사보상청구권에 관련된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시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필요성도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주문 기재 법률 제7조는 그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한위수(재판장) 이재권 김태업